1945년 이후, 특히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남한의 미국 지배권역으로의 편입은 세계 2차 대전의 종료에 따른 남북한 분단과 점령정책, 그리고 한국전쟁을 통해 냉전체제가 남한에 부여한 유일의 선택이었다. 이와같이 주어진 체제적 선택은 자연히 미국의 군사-경제원조, 기술원조 그리고 미국시장에의 자유로운 접근을 의미했을 뿐만아니라 남한 보수지배세력의 가치와 정치적 이해에 맞는 이데올로기와 경제체제의 선택을 의미했던 것이다.
냉전체제적 대결 속에서 남한이 택한 발전 모델은 비스마르크식 혹은 명치 일본식의 권위주의적 발전 모델이였다. 이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발전 모델은 다음 4가지의 부분으로 구성된 모델이다. 첫째, 보수연합 체제에 의한 지배의 영속화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두번째, 발전 목표를 방해하는 민중운동, 특히 노동의 정치화에 대한 엘리트의 선점적 통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 셋째, 지배엘리트는 사회적 조건을 정치적 결정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역사, 문화적 산물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개발 전파시킨다. 넷째, 지배 엘리트는 권위주의적 발전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전환의 정책을 사용한다.
그와 같은 전환의 정책은 안보위협이나 올림픽 게임 등이 있을 수 있다. 이 모델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지배엘리트의 영속화를 가능케하는 보수연합인 것이다. 미국의 냉전전략은 소련과의 경쟁 때문에 자본주의 진영에 있는 정권이면 그 정권이 비민주적 권위주의 정권이라 하더라도 반공의 보루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구해근의 지적처럼 남한은 냉전격화에 따른 미국으로의 군사적 편입이 이루어진 후에 자본주의 체제에 통합되었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발전지향형 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다. 남한은 소련의 영향력 팽창을 저지하는 반공 보루로서의 전략적 가치때문에 자본주의의 사적 자본이 침투되기 이전에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군사 경제 원조을 받을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군사 경제적 원조는 남한의 보수정권이 외국자본과 결탁된 사적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정책을 펼수 있는 기반을 확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남한이 미국으로 편입되지 않았다면 남한의 국가 발전 전략은 전혀 다르게 나타났을 것이다. 미국으로 편입됨으로써 세계에서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가장 강력한 국가와 동맹관계를 맺을 수 있었으며, 그와같은 미국과의 동맹은 보수 연합체제에 의한 국내 권력유지의 중요한 받침대가 되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체제로 편입됨으로써 보수연합 세력에 의한 권위주의적 국가발전전략과 민중에 의한 서구형 민주주의 운동이 갈등관계를 형성하며 전개되어 마침내는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권위주의적 국가발전은 1987년 민주화운동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으로 남한은 외자도입을 통한 대외지향적 국가발전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중요한 메카니즘을 부여받았다. 냉전 기간 동안 남한의 구분-관료체제는 수출주도형 공업화전략을 통한 남한 산업구조의 전환을 시도했으며 이 전환의 성공으로 군부 정권은 어느정도의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군부-관료체제는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통하여 획득한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을 이용하여 노동과 여성 그리고 사회복지의 정치화를 통제해가면서 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해 나갔던 것이다. 공산주의로부터의 안보위협은 군부-관료체제에 의한 성장 일변도의 정책에 정통성을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에 따른 민중의 희생을 요구했으며, 미국으로 하여금 남한 수출품의 자유로운 접근을 허용하도록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냉전의 종식은 더 이상 이와같은 발전전략을 허용하지 않게 되었다. 미국은 한국시장의 개방과 한국경제의 자유화를 끊임없이 그리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냉전의 종식에 따른 이러한 변화는 냉전체제 하에서 가능했던 한국형 국가발전 모델의 근본적인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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