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가 지니는 권위는 무슨 책을 얼마나 냈는가, 그리고 그 책들이 과연 그 사회의 지적성숙에 얼마나 기여했는가가 그 판단의 기준이다. 그렇게 볼때 분도출판사는 한국출판계에서 그 권위를 충분히 인정받고도 남음이 있다.
『분도가 펴내는 책들은 신학의 저변 확대를 위한 학문적 기초를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근 20년간을 편집장으로 분도출판사에 몸담아온 정한교(아오스딩ㆍ54세)씨는 문화적환경이 척박하던 시절, 시대를 앞서 출판물을 통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높였고 비교적 무게가 있는 신학과 철학 전문 서적들을 통해 학문의 발전에 도움을 주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자부심은 60년대 제2차바티칸공의회의 문헌들과 함께 그 정신을 한국교회에 전달하고 해방신학을 소개하는데 선구적 역할을 하는 등 시대를 앞서가는 출판정신을 보여주었다는 점 등에서 볼 때에도 상당한 근거를 갖는다.
분도출판사는 왜관 성베네딕토수도원이 1962년 출판사등록을 마침으로써 정식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이미 1909년에 한국에 진출한 베네딕토수도원이 이듬해에 벌써「성 분도 언행록」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1923년에는 한독문법책을 독일에서 발행했고 1927년 서울에서 덕원으로 수도원을 옮긴후에도 출판사업은 계속됐다. 하지만 본격적인 출판사업은 출판사의 설립 이후로 보아도 무방하다.
분도출판사가 주로 펴내는 책들은 일관되게 신학 전문서적으로 대표된다. 특히 요즈음에는 현대 신학의 최신 동향을 소개하는 서적들을 활발하게 펴내고 있는데 그 범위는 성서학, 교의신학, 윤리신학, 종교 및 사상등 신학과 철학의 전 분야를 망라한다.
아울러 저자에 있어서도 분도출판사는 교회의 울타리를 벗어나려는 과감한 시도를 아끼지 않는다. 가톨릭의 학자나 문필가뿐만 아니라 타종교, 비신자들의 작품도 그 가치가 인정된다면 얼마든지 출판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하지만 여느 출판사들과 마찬가지로 분도 역시 몇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그 하나는 현실적으로 전문인력과 장비의 부족이다. 베스트셀러에 지나칠 정도로 관심이 없어보이는 영업 전략, 대중적으로 팔리는 책이 아니라는 점, 유통망의 문제, 홍보 부족 등은 출판사의 사정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분도에서 펴내는 책들 중에는 물론 대중적으로 쉽게 접할수 있는 책들도 생각보다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해인 수녀의 시집들은 세칭 대형베스트셀러에 속한다.
하지만 분도의 자랑과 권위는 특히 기획물에서 두드러진다. 보급판과 함께 14권까지 시리즈로 발간되고 있는 200주년 신약성서 주석판은 한국적 성서신학의 성과물로 꼽힌다.
28권의 신학총서시리즈, 8권까지 나온 교부문헌총서, 아시아신학총서 7권, 사목총서 15권, 종교학 시리즈와 종교신학연구집들 등 분도의 총서들은 주옥같은 학문적 결과들을 망라한다. 출판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 펴낸 책이 모두 7백여종, 그중에서 현재 유통되고 있는 것은 4백50여종으로 출판사측은 추산하고 있다.
편집장 정한교씨는『분도의 존재 의의는 학문적 바탕을 마련하는 책을 보급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책에서 멀어지는 현대인들을 달콤한 흥미로 붙잡기보다는 고집스럽게 외길을 걷는 분도출판사가 학문적성숙에 기여하는 바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예언직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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