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주간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85년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성서를 생활화하고 성서사도직 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성서주간은 지난 10년간 신자들이 교회 정신 위에서 보다 넓은 성서적 시야를 가질 수 있게끔 도움을 주어왔다. 성서주간 설정 10주년을 맞아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이병호 주교를 통해 성서 해석의 현대적 의미를 알아본다.
「한 눈으로는 성서를 읽고 다른 한 눈으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삶과 사건을 읽어야 합니다」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이병호 주교(전주교구장)는 성서주간을 맞아 오늘날 개인이나 사회 전체가 경험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하느님 앞에서 되돌아보고 성서를 통해 그것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읽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눈으로는 성서를, 다른 한 눈으로는 시대적 표징을 읽어라」고 강조한 이주교는 「이 둘중 어느 하나를 소홀해도 성서를 올바로 읽은 것이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루가 복음 24장의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을 비유해 「성서공부만으로는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할지언정 일련의 사건을 통해 오늘을 살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던져주는 하느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현실세계의 삶을 동시에 돌아보고 구체적으로 성서공부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년 성서주간 담화문 내용을 언급, 성서는 개인의 일상적 삶과 이스라엘 백성 전체가 겪은 사건들을 신앙인의 감각으로 돌아보고 거기서 하느님의 뜻을 찾아낸 사람들의 경험을 기록한 책(冊)임을 강조한 이주교는 성서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어느 시대에나 그때그때 일어나는 사건들과 정황들을 보아가며 읽어야 함을 재삼 역설했다.
「성서의 가르침은 이 세상 모든 의문들과 물음에 해답을 제공하고 있다」는 이주교는 맑시즘의 경우를 들어 「성서를 덮어둔 채 인간에 대한 물음에 해답을 찾는 시도는 쉽게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병호주교는 따라서 성서해석에 있어서도 현시대, 오늘의 문화 안에서 지금 우리의 의식과 삶이 어우러져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교는 성서 사도직 운동과 관련, 성서공부가 삶으로 연결된다고 할 때 「묵상」과 「실천」의 관계가 외적으로 드러나는 의미로만 국한되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주교는 「성서 사도직 운동은 성서를 접하는 개인 각자의 변화에서 출발해 사회와 교회의 모든 환경을 하느님이 뜻하는 정확한 방향으로 원상복귀 시키려는 실천운동」이라며 「성서 사도직 운동은 모든 것을 하느님의 관점에로 방향을 전환케 하는 실천적 쇄신운동의 텃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교회의 성서위원회가 벌이고 있는 구약성서 새 번역 작업에 재해 교회사적 의미와 중요성을 부각한 이병호주교는 「금세기가 지나기 전에 구약성서 번역을 완간하겠다」고 자신했다.
이주교는 「교회사적으로 볼 때 구약성서 새 번역은 한국 가톨릭교회가 독자적으로 성서를 처음으로 완역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고 덧붙여 「구약성서 새 번역은 성서 본문에 보다 충실한 번역본이란 점에서 충분한 내적 가치가 있다」고 자랑했다.
최근 교회와 사회 일각에서 출현하고 있는 「시한부종말론」과 「사적 예언」등 성서의 자의적 해석으로 인한 부작용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이병호 주교는 「성서와 세상을 읽어내는 균형 있는 눈이 오류에 빠지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호 주교는 「이러한 현상은 성서가 대중에게 보급 되면서 야기됐던 일」이라며 「이러한 부작용을 예상하면서도 샘에서 직접 샘물을 마시듯 성서의 대중화를 선언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 즉 계시헌장의 내용들을 사목자와 신자들은 보다 철저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사회 일각에 퍼진 시한부 종말론으로 인해 한국 천주교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한 점도 없지 않다」고 평가한 이 주교는 「이의 해소를 위해 성서 자체를 균형 있게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신학과 교리 분야의 종합적인 연구와 병행돼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가톨릭 교회는 개신교와 달리 성서를 출판할 때 성서 주해를 붙여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힌 이주교는 「성서와 기도서, 전례서의 출판 경우 교회가 특별히 엄격하고 소중하게 다루어 신자들의 혼선이 없도록 배려해야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성서만큼 인간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말해주는 책은 이 세상에 없다」고 말한 이병호 주교는 「성서를 대할 때 그리스도로부터 구원받았다는 사실을 자신의 인격 전부로 받아들이고 인식해야만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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