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황진식(가명ㆍ46세)씨는 10여년전 친구의 권유를 받고 영세한후 성당에 다니면서 같은 나이의 중년신자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아 레지오 주회와 본당일 등으로 일주일에 두세 번은 성당에 나갈 정도로 활동이 왕성한 사람이었다.
6년전부터는 그의 이러한 활동력이 인정을 받아 본당평협에서 일을 하게됐으며 황씨 자신의 표현에 의하면 그야말로 신명나게 일했다고 한다.
자신이 활동하던 당시 50대 중반의 본당신부는 주로 경청하는 편이었으며 일의 결정에 있어서도 신자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편이었기에 본당 어디에서나 활력이 넘쳤다고 한다.
그러나 4년전 사제인사이동으로 30대 후반의 새주임신부가 부임하면서 본당내 여기저기서 불협화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로 부임한 주임신부는 각종 회의에서 신자들의 의견보다는 자신의 고집대로 일을 결정했고 각종 신심단체에 대한 지원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곳만 지원 했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계속되자 새주임 신부와 가깝게 지내지 못하는 신자들의 소외감과 불만이 쌓여갔고 황씨도 마찬가지였다. 신자들과 술자리가 있으면 본당신부가 꼭 화제가 되곤 하던 상황에 답답해하던 황씨는 자신이 본당신부와 대화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황씨가 어렵게 본당신부를 만난 자리에서 본당일 처리에 있어서의 문제와 신자들의 불만 등을 얘기하며 재고해줄 것을 요청하자 본당신부는『사제는 목자요, 신자는 양떼로 자신은 본당전체를 관할할 책임이 있으니 모든 신자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어 그런 오해들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하고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본당신부는 황씨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신자들을 의식적으로 피했으며 평협개편때도 자주 어울리는 신자들로 자리를 채워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주소가 관할구역내에 있지않으면서도 친분관계로 교적을 옮기지 않던 신자들이 교적을 정리해 타본당으로 가버리고 황씨도 주일미사를 다른 본당에서 참례하기 시작했다.
타본당에서 이곳저곳을 떠돌며 미사만 겨우 참석하던 황씨는 신앙에 대한 회의까지 겹쳐 한두번 주일미사를 빠지기 시작하다 결국 2년전부터 냉담하게 되고 말았다.
성직자와의 불화로 냉담에 이른 황씨는 그동안 자신이 겪은 심정을 대체로 세가지로 요악하고 있었다.
첫째로는『사제가 봉사직분보다 성직에의 권위를 앞세우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고『사제의 희생적 생활을 고려할때 그 권위는 상당부분 이해 받을 수 있고 인정되어져야 하는 것 이지만 독선에 가까운 권위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되지 못한다』며 성직자와 평신도간의 복 넓은 인간관계가 필요하다고 황씨는 말했다.
둘째로는『기도생활이나 강론 등 신자들에게 보여지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준비가 소홀하면서 자신의 권위만을 내세우려는 것은 목자로서의 태도가 아니다』며『독선적인 성직자는 흔히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권위를 앞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직자도 일차적으로는 약점을 지닌 인간으로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함께 기도할때 신자들이 더욱 존경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황씨는 신학교 교육이 지식적인 것보다 덕성과 영성적인 측면에서 보다 강화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셋째로『사제의 품성은 보다 인내롭고 온유해야 한다』 는 것 이었다.
신앙생활의 모든 부분에 있어 부족한 신자가 철모르게 행동한다 하더라도 인내롭고 친 절하게 이끌고 고쳐주어야지 격한 행동과 언어로 윽박지르면 해당 당사자뿐 아니라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신자들의 마음 까지 상하게 되고 신앙을 저버리는 경우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신앙생활에 대해서 묻는 질문에 황씨는『늘 마음 한구석이 도망친 빚쟁이 마음처럼 무거웠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성당에 다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2백주년 기념 사목회의 사회조사보 고서에 따르면 바람직한 성직자상으로 91. 9% 가『신자들의 사정을 이해하는 자애로운 모습』을 꼽았고『위엄을 갖추고 신자들에게 엄격하게 대하는 모습』은 3. 9% 에 불과했다. 이런점에서 볼 때 황씨의 냉담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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