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를 문화매체로 표현할 수 없을까? 해답은 분명하다. 성서는 그 자체로 훌륭한 문화매체다. 이미 서구 그리스도교 국가들 안에서 탄생된「십계」「벤허」「왕중왕」등의 명작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이 작품들을 시대를 초월한 세계의 명화로 꼽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정도로 성서를 바람으로 한 훌륭한 문화매체 라는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의 전통이 짧은 한국교회는 이러한 측면에서의 노력과 수준면에서 모두 회의적이다. 성서주간을 맞아 가톨릭신문은 성서를 어떻게 한국적 상황에 맞는 문화매체로 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을 간추려 봤다.
일반적으로 성서에는 엄청난 드라마적 요소가 산재해 있다. 그만큼 성서가 당시의 신화론적 배경 아래서 쓰여졌기 때문이다. 성서를 문화매체의 한 장르인 총체극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바로 성서의 탈신화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고 이 같은 작업이 성서의 복음적 가치와 그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성서의 메시지가 한국 문화의 현실 안에서 육화되어 새로운 차원의 전망과 힘을 제시할 수 있도록 그 매개체로서 총체극화작업이 가능하다 는 얘기다.
이에 동감하는 많은 이들은『물론 성서의 총체극화에 있어서 성서 메시지 본래의 의미를 손상시키지 않아야 함이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총체극화하기 위해서는 각색이란 과정이 불가피하며 그 각색의 조건은 총체극의 관객이 주체가 되어 삶의 현장인 마당판에서 본래 성서상의 메시지를 바로 자신과 하느님과의 만남, 즉 구원을 체험할 수 있어야 된다』고 설명했다.
성서를 매개체로한 문화화는 역시 교회와 복음이 한국의 문화적 전통과 민사와의 만남 속에서 육화되기 위한 일련의 작업이 되어야 된다는 게 전문 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성서의 총체극화 작업은 복음을 교육적, 예술적 차원에서 각색하여 공연이라는 형식을 빌어 표현하기 때문에 공연 행위까지의 작업과 더불어 공연자체가 갖는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연기자와 관객들 또한 공연행위 중에 구체적 현실 안에서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를 체험토록 할 수 있다.
이러한 성서의 극화 작업을 가톨릭대학교 민속문화연구회에서 펴낸 자료집에서는 성서를 텍스트로 작품 선정하기 위해서는 성서읽기로부터 시작, 이야기의 줄거리 전개- 성서 재구성, 성서의 핵심적 메시지 파악 - 성서안의 극적, 풍자적요소 및 인간들 사이의 대조 및 주인공 규정- 분석자 자신의 현실에 바탕을 둔 성서 메시지 파악을 통해 이루어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성서상에 나타난 여러가지 극적인 요소들을 찾아내면서 이를 성서의 본래 메시지와 현실 사이에서의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이 작품선정을 하는 기준이 되어야 된다는 얘기다. 이를 바탕으로 극을 구성 하고 대본을 만들고 표현작업을 거쳐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게 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성서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복음 전파의 효과적 수단으로서 또한 선포된 복음의 재생산적 효과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이는 본당에서 신자 재교육을 위한 교육적 응용에 사용될 수 있고 청년, 소년, 초등부의 예술제라든가 농민 노동자들을 위한 생활 현장에 기반을 둔 마당극으로서 가톨릭문화의 전파, 확산에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한국교회는 이제 2천년대 민족 복음화를 위해 매진해야 될 출발선상에 서있다. 민족의 정서속에 육화되는 그리스도의 복음의 씨앗을 제대로 열매 맺기 위해 가톨릭교회의 토착화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도 촉구되고 있는 이때, 성서를 문화매체를 통해 접근, 많은 이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열린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성서주간의 바른 의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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