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께서 돌아가신 후 슬픔도 컸지만 어떻게 장례를 치뤄야할지 몰라 무척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수원에 사는 전모씨는 이같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면서『평소 관심없이 지나쳐온게 후회스러웠다』고 말했다.
비단 전씨의 경우만은 아니다.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교회의 상장예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갑작스런 상(喪)을 당했을때 당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혹은 교회의 장례예절이 비신자인 친지 등 주변 사람들과의 마찰로 혼란을 빚는 경우도 있다.
사실 상장(喪葬)예절은 유교적 전통 가운데 우리 생활 속에 가장 뿌리깊게 각인 되어 있으며, 그만큼「토착화」와 관련해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는 사안이다. 신자 비신자 가정을 막론하고 상장예절이 각 지역별로 상이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입증해준다.
따라서「전례의 토착화」라는 측면에서 전통 상장예절의 그리스도교적 수용에 관한 문제를 짚어 보는 것이 순서이겠으나 이에 관한 논의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자 한다.
여기서는 다만「장례 예식서」와「성교예규」,「선종봉사예식서」를 토대로 한 교회의 상례절차와 유념 사항 등을 간추려 본다.
임종시 준비 사항
임종은 죽은 이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가족에게도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따라서 가족이나 주변 사랑들은 죽은 이가 구원에 대한 확신을 갖고 죽음을 맞이하도록 정성을 다해 배려해야 한다. 임종시 할 일을 임종전과 후로 나누어 살펴본다.
▤임종전에 할 일: 임종이 임박하면 소리 내어 운다거나 당황하지 말고 서둘러 마지막 성사(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교회에 알려야 한다. 대세는 가족 또는 봉사자중 누구나 베풀 수 있다. 물론 이때 임종기도는 계속해서 바친다.
임종자가 아직 의식이 있을 때에는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하느님께 용서를 빌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사는 동안 은혜를 입은 모든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자기에게 잘못했던 사람들을 용서하고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하여도 용서를 청하게 한다.
▤임종후에 할 일: 임종기도 중에라도 운명하면 운명 기도를 바친다. 운명하였으면 임종자의 두 손을 십자형태로 가슴에 얹고 고상이나 묵주를 쥐어준 다음 얇은 이불을 덮어준다.
신자가 운명하면 즉시 본당신부, 구역(반)장, 또는 연령회원들에게 연락하고 발인 일시, 장례의 규모와 형태, 장례장소를 결정하도록 한다. 고인의 사진, 향, 초, 성수, 예규집 등 기타 장례에 필요한 것을 준비한다.
성금요일부터 부활절까지, 그리고 대축일, 대림-사순-부활절의 주일에는 장례 미사를 드릴 수 없고 말씀의 전례와 고별식(사도예절)만할 수 있다.
사망부터 출관까지
임종에서 탈상까지의 모든 예절을 우리는 상례(喪禮)라고 말한다. 이때 유족들과 문상객들이 해야할 일 등을 예시절차에 따라 정리해 본다.
▤수시(收屍) 및 밤샘기도
신자가 죽으면 염하기 전에 적당한 곳에 시상판 (屍床板) 을 준비하고 그 위에 시신을 모신다. 그 앞에 검은 휘장을 치거나 병풍을 세워 놓고 죽은 이의 세례명을 써 붙인다. 흰 종이나 백포를 깐 상을 준비해 상위에 고인의 사진을 놓고 십자가를 중심으로 양옆에 촛불을 켜고, 앞쪽 가운데에 향로를 놓아 항을 피운다. 성수와 성수채, 예규와 성가집도 함께 준비 한다.
죽은 이의 시신을 집에 모셔놓고 밤샘을 하는 것은 한국의 오랜 풍습이다. 신자들도 이러한 관습에 따라 함께 모여서 장례를 준비하며「그룹」을 지어 연도를 바치며 밤을 세운다. 물론 신자들은 밤샘을 하는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은 이와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위로하는데 있다. 따라서 가능한 한 많은 신자들이 유족들과 함께 빈소를 지키며 끊임없이 밤샘기도를 바칠것을 권유한다.
소그룹으로 연도를 할 경우 상황에 따라「연옥도문」을 뺀 소연도를 바칠 수도 있다. 특히 유가족과 친지들이 신자가 아니고 문상객중 외교인이 많은 경우 충분한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 긴 연도는 피할 수 있다. 연도후 성수를 뿌리고 『주여 고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하는 기도도 여러명이 갔다면 그중 한 사람이 성수를 뿌리고 나머지는「아멘」으로 응답한다.
만일 죽은 이만 신자이고 유족들이 비신자일때는 그 집안의 풍습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말해 이 경우엔 전통풍습대로 분향과 두번 절을 한후 연도를 바치는 것이 좋다.
또 분향제례 혹은 연도가 끝난후 상가에서는 문상객들에게 술과 음식을 내놓게 마련인데 많은 신자들이 번거로움을 던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단순히 기도만 하고 나올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이라도 음식을 나누면서 고인이 생전에 행한 선행들을 얘기하며 유족들을 위로하는 것이 좋다.
▤염습(殮襲) 및 입관
죽은 이의 시신을 깨끗이 씻긴뒤 수의를 입히는 것을 염습(殮襲)이라고 하는데, 죽음이 확인된 후 적어도 24시간 뒤에 염하는 것이 좋다.
염할때는 먼저 정해진 기도문을 바치고 시신에 성수를 뿌린다. 그리고 병풍을 걷어내고 시신을 홑이불 또는 휘장으로 가린 다음 옷을 벗기고 따뜻한 물(혹은 쑥을 끓인 물)또는 소독용 알콜을 탈지면에 적셔 정성껏 닦아낸다. 수의는 면직 삼베 비단 등으로 너무 호사스럽지 않게 만들어 입히는데, 평소 고인이 입던 옷 중에서 깨끗한 것을 골라 단정하게 입히는 것도 좋다.
▤출관(出棺)
출관할때는 모든 이가 관 앞에서 십자기틀 항해 무릎을 꿇거나 서서 시편 130을 기도로 바친다. 출관예절 후에는 그 지방 풍습대로 행렬을 지어 시신을 성당으로 모셔간다. 이때 맨앞에 향과 향로를 든 사람, 십자가를 든 사람과 그 양옆에 촛불을 켜든 사람이 서고 그 뒤에 고인의 영정을 모신이가 선다. 관을 들 때는 시신의 발이 앞쪽으로 가게 한다. 유족과 참석자들은 그 뒤를 따르면서 시편을 노래한다.
그러나 오늘날은 시신을 영구차로 모시는 것이 일반 적인 상황이다. 이때에는 차 안에서 소란한 행위를 피하고 떠나는 망인에 대한 존경심과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시편기도와 적절한 노래를 하는 것이 좋다.
성당에서 봉헌되는 장례미사 끝에는 고발식이 있는 데, 고별식은 신자들이 마지막으로 떠나는 이에게 인사 하는 예식으로서 장례식의 절정이다.
장지(葬地)에서 할 일
묘지에 도착하면 묘지에서의 기도(도묘)를 바친 다음 하관이 시작된다. 관을 산소안에 내려놓고 하관기도 틀 바친다. 하관기도중 즈가리아의 노래는 부활을 노래 하는 것으로.힘찬 기쁨의 노래이다. 성수를 뿌리고 흙을 덮으면 매장은 끝난다. 이로써 연도도 끝난것이다. 옛날 고장에 따라서는 흙을 덮어 다지면서 즈가리아의 노래에 맞추어 세번 달구를 닫았다고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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