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은총의 대림시기다.
수도자와 평신도들의 힘만으로 어렵게 운영되고 있는 소규모 복지시설들은 이러한 기쁨의 대림절을 오늘도 외롭게 보내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키워가는 이들에게는 올 겨울이 유난히도 춥게 느껴진다.
대림절 기간 동안 가톨릭신문은 추운 겨울 속에서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소규모 복지시설들을 찾아간다.
기다림의 은총을 이웃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대전직할시 중구 옥계동 44-14번지 한 골목 귀퉁이에 자리 잡은 「나자렛의 집」(원장=권오희 수녀, 살레시오수도회)에는 가정이 없어 오갈 데 없는 불우한 여학생 20여명과 수녀 세 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나자렛의 집을 처음 찾는 사람이라면 일반적인 복지시설에서와는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나자렛의 집에는 소위 복지시설이라면 있을법한 딱딱한 규율이나 규칙 같은 것이 없다.
『아이들이 시설에서 생활한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일반 가정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헌신적인 돌봄으로 아이들의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는 권오희 수녀는 일반 가정과 똑같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이런 수녀들의 헌신적인 노력 탓인지 「복지시설의 학생들은 탈선에 이르기 쉽다」는 말이 나자렛의 집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민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현재 20여명의 여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는 대전 나자렛의집은 1990년에 설립돼 그동안 평화를 필요로 하는 불우 학생들의 안식처 역할을 해왔다.
물론 그동안 재정 등의 문제로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나자렛의 집을 지키겠다는 수녀들의 헌신적인 기도와 어린 여학생들의 노력이 오늘의 화목한 나자렛의 집이 있게 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착하게 살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보금자리인 나자렛의 집을 지키는 일입니다』
나자렛의 집 귀염둥이 정정화(사라ㆍ15)양은 친구들과 함께 청소할 때가 가장 즐겁다며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화양을 비롯한 이곳 여학생들은 수녀들의 「홀로서기 교육」에 익숙해 있다. 주어진 환경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이곳 아이들은 한편 정서생활을 고려한 취미생활을 장려하는 수녀들 탓에 모두 장구 국악 판소리 등 하나씩의 장기를 가지고 있다.
예수가 태어난 곳, 그래서인지 나자렛의 집 아이들은 너무나도 밝다. 서로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일반 시설 등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어두운 그림자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공동체 사랑의 기쁨을 맘껏 누리고 있는 나자렛의집 아이들.
이들에게 나자렛의 집은 사랑의 나눔터이고 유일한 안식처다. 이들의 웃음을 계속 이어줄 따뜻한 사랑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오늘도 학교 가는 아이들의 도시락을 정성스레 싸는 수녀들의 손놀림에 사랑의 힘을 실어주는 신자들의 관심이 아쉽다.
*도움주실분=국민은행 004-01-0526-872 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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