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계산은 인간의 계산과는 다릅니다. 정말 다릅니다. 신앙인은 진정 하느님의 계산을 늘 염두에 두고 기억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신앙의 기쁨과 은혜는 바로 그것을 아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신앙인들이 은혜를 모르면서 사는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신앙을 자꾸 인간의 계산으로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하느님을 믿으면서도 외롭고 딱딱하며 또 믿는 것만큼 고달픕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제 또 기다림의 자세로 성탄을 준비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가슴 조이며 기다리고 있고 또 그 준비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인생은 그 자체가 기다림이고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기다리셨습니다.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하느님을 기다린다는 것은 너무도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오늘 성서가 전하고 있는 중요한 단어는 시간입니다. 즉 때를 말합니다. 그것도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계획하시는 때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보통 때가 아닙니다.
세상만사는 다 때가 있습니다. 전도서(3장)의 말처럼 심을 때가 있으면 거둘 때가 있고 울 때가 있으면 웃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은 때를 잘 알아야 합니다. 메뚜기도 철이 있다고 사업이나 장사도 때를 놓치면 큰 손해를 봅니다. 공부도 그렇고 사는 것의 여러 부문이 그렇습니다.
신앙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구원의 때를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생각하는 때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계획하시고 또 그분이 원하시는 때를 말합니다.
성서가 말하는 중요한 때를 카이로스(Kairos)라고 합니다. 여기서 카이로스라는 말은 충분히 찬 시간을 말합니다. 이를테면 곡식이 익은 것은 익을만한 시간과 노력이 충분히 차있었기에 익은 것입니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은 다 때가 되어 오신 것입니다. 이것이 카이로스이며 또 때가 차면 재림하십니다. 이것이 카이로스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때는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분명히 하느님의 섭리요 계획입니다.
이처럼 대림절은 두 가지 형태로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면서 그분을 영접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닦고 생활을 준비하는 경건한 때입니다. 그리고 준비하고 기다리는 것이 우리에게는 너무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이 됩니다.
어떻게 보면 대림절은 우리가 주님을 기다리는 때이지만 더 분명하게 말하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기다리시는 때입니다. 글서 우리는 이 시기를 뜻 없이 헛되게 지내서는 안됩니다.
제1독서(이사2.1~5)에서는 이사야 예언자의 희망의 메시지가 들려지고 있습니다. 그 당시 북쪽의 이스라엘은 이미 망해 있었고 남쪽의 유다왕국은 커다란 위기에 봉착해 있었습니다. 그야 말로 나라의 우명은 풍전등화 격이었습니다.
백성들도 공포와 불안에 떨었으면 모든 것이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때에 이사야가 나타나서 하느님께서 다시 찾아오신다는 기쁨과 희망의 소식을 전해줍니다. 그렇습니다. 절망이라는 막다른 골목에서 새 길이 열려집니다.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2독서(로마13.11~14)의 말씀에서도 깨어나야 할 때가 왔다고 바오로 사도가 외치고 있는데 성아우구스띠노가 바로 이 성서 구절을 읽고는 완전히 변화되며 새 인생으로 바꿔지게 됩니다.
그는 본래 행복은 쾌락에 있다 하여 온갖 탐욕적인 생활을 다 했지만 그러나 그럴수록 더 허전하고 삶은 메마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번민과 몸부림 끝에 우연히 「집어서 읽어라」라는 말을 듣고는 얼른 방으로 달력 바로로 서간경을 펼쳐보니 바로 로마서 13장13절이 나왔습니다.
『진탕 먹고 마시고 취하거나 음행과 방종에 빠지거나 분쟁과 시기를 일심거나 하지 말고 어제나 대잦으로 생각하고 단정하게 살아갑시다』.
그때까지 눈물 속에서 몹시 괴로워하던 아우구스띠노는 바로 이 대목에서 너무도 큰 하느님의 은총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드디어 찾던 것을 찾았고 만나고자 하던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대림절은 우리가 지난 1년을 반성하면서 보다 더 성숙하고 새롭게 변화되는 은혜로운 시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림절은 성자의 시기이고 또한 회개의 시기입니다.
하느님의 계산은 우리의 계산하고는 다릅니다. 정말 다릅니다. 우리가 원하는 때에 그분이 오시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원하시는 때에 불쑥 오십니다. 따라서 늘 단정한 몸과 마음으로 깨어 준비하도록 합시다. 그것이 축복의 길이요 또 한 아름답고 멋지게 사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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