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의 교도권은 신도들을 국민학생 수준으로 대우를 했지만 공의회는 신도들을 대학생으로 인정한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공의회 이후 한국 교회의 구성원들은 대학생처럼 책임 있는 행동을 했다기보다는 철부지의 모습을 보여줘, 공의회 정신이 구현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지난 1962년 10월 11일부터 시작 1965년 12월 8일 대장정의 막을 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폐막된지 30년이 지난 오늘 장엄한 공의회의 폐막식 현장에 있었던 최재선 주교(한국외방선교수녀원원장)가 평가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이다.
최주교는 『1563년 폐막된 트리덴틴 공의회 이후 변화된 사회 현실을 감안할 때 세상 속에 사는 신도들에 대한 교의 모습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것이 바티칸 공의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므로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현대화를 주도했던 세계적인 사건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당시 공의회에 참석했던 한국교회의 주교들은 공의회에 직접적으로 참석하지는 않았다고 밝히는 최주교는 단지 주교들은 여러 검증과 토의를 통해 이끌어진 결과를 의결하는 일을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최주교는 『교회가 변화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지만 회의를 거듭하는 동안 처음 의도와도 더 많은 부분이 공의회를 통해 바뀌게 됐을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많은 부분이 변했다고 하지만 공의회는 교회의 근본인 그리스도교의 전통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주교는 『시대의 변화에 상당히 부응한 공의회는 아마도 종교개혁을 주도했던 마르틴 루터의 정신이 많이 작용했던 것 같다』고 개인적인 소감을 피력하고 『오늘날의 교회 역시 루터의 정신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최주교는 공의회 폐막 30년이 되는 한국교회의 현실 안에서 공의회 정신이 제대로 구현됐는가라는 질문에는 회의적이다. 마치 한국사회가 경제부흥을 하면서 얻어지는 자유와 부를 제대로 누리지 못해 일어나는 병폐와도 같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신도들이 얻어진 자유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즉 엄청난 변화로 신도들에게 많은 부분이 개방된 공의회의 정신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한국 교회는 공의회전보다 신심 또는 신앙생활 안에서 많은 부분이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최주교는 『한국 교회는 특히 성직자가 선생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성직자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긴 하지만 제자라고 할 수 있는 평신도들 역시 본분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성직자와 수도자가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기보다 서로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조용히 생각하고 실천할 때』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최주교는 최근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된 것을 예를 들면서 『노태우씨의 잘못도 있지만 우리들 모두의 잘못도 있다는 사실을 반성하는 자세가 교회 안에서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회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마련된 공의회를 통해 많은 부분이 변화됐지만 가톨릭교회의 본 뜻을 교회 구성원들이 먼저 알아야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최주교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예를 들면 기도생활)을 다하지 않고 마냥 변화된 세상으로만 나가려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라며 현대인들의 신앙생활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지난 1971년 부산교구장에서 은퇴한 최주교는 은퇴 후 한국외방선교회를 조직했다. 한국교회가 외국의 선교사들로부터 받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선교정신을 알아야 되고 나아가 타교 회에 우리가 받은 것을 전해야 될 때라고 강조하는 최주교는 현재 한국외방선교수녀회 원장으로 내년 초 설립 9년 만에 최초로 수녀 3명을 대만에 파견하게 돼 기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세계 교회의 대지각변동을 불러왔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그 현장에 있었던 최재선 주교의 시선에는 아직도 공의회 정신대로 살지 못하는 우리 모두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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