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여 예수의 십자가 행렬은 목적지인 갈바리아 산 또는 골고타 언덕에 이르렀다. 그 이후로 예루살렘의 안토니아성에서 골고타에 이르는 길은 「고통의 길(via dolorosa)」 이란 이름으로 새겨졌고 온 세계에서 순례객이 이 길을「십자가의 길」 신심행사를 하면서 다시 밟게 되었다. 전승에 따르면 이 순례는 성모 마리아가 부활후에 이 길을 다시 밟음으로써 시작되었다고 한다.
중세기 십자군이 이 도시를 점령하고 십자가의 길 요소 요소의 그림을 고국으로 가지고 와서 십자가의 길 신심을 자국(自國)에서 묵상하고 기도하는 관습이 생겼다. 프란치스꼬회 수도자 미카엘 마고(Michael Magot +1334)가 처음으로 성당을 돌면서 잠깐 잠깐 머물고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는 형식을 도입하였다고 한다. 1342년 프란치스꼬수도회가 성지 관리를 맡으면서 그리스도의 수난 신심을 증진시킬 사명을 띠고 그때까지 개별적으로 밟던 순례의 길을 조직화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오늘의 14처 행로가 일반적으로 통용된 것은 프란치스꼬회 수도자 성 레오나르도 아 뽀르 또 마우리찌오(+1751)때부터이다. 이 14처는 예수께서 세번 넘어진 것으로 되어 있고 첫번 넘어진 다음 키레네의 시몬이 예수를 도와 십자가를 졌고 제6처에서는 베로니까가 예수의 얼굴을 씻어 드린 장면이 묵상되는데 베로니까라는 여자는 성서 수난기에는 나오지 않는다. 십자가의 길도중 열심한 부녀들이 예수의 얼굴을 씻어 드렸을 것이고 이때의 예수의 얼굴을 성상(聖像)으로 공경하게 되었다. 이 성상을「참다운 성상」이란 뜻의 라틴어 베라 이꼰(veraicon)을 사람 이름으로 변형시켜 참으로 예수의 얼굴을 씻어 드린 부녀의 이름으로 하여 그 여인의 이름을 베로니까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여튼 예수께서는 십자가를 지고「해골산」이라고 하는 것에 당도하였는데 라틴어로 갈바리아, 히브리어로 골고타라고 불린다. 이 언덕을 해골산이라고 하는 것은 언덕 모양이 해골처럼 생겼다해 그렇게 부른다는 설도 있고 이 곳이 사형선고장 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는 설도 있다. 전설에 따르면 아담의 해골이 이곳에 묻혀 있어 예수께서 인류의 원조 무덤위에서 돌아 가셨다고 전해진다.
하여튼 해골산은 예루살렘 성밖 가까운 곳에 있으며 사람들이 형벌받은 죄인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도록 당국이 배려하였던 곳이다. 십자가에 못박기 전에 형리들은 죄인에게 마취제를 마시게 한다. 마태오는 포도주에 쓸개를 타서 주었다고 했고 마르꼬는 몰약을 탄 포도주를 마시게 했다고 했다. 여기서 마태오는 시편 69장 21절 『목마르다 하면 초를 주는 자들』이란 말씀이 성취된 것으로 보고 형리들이 쓸개를 타준것을 예수를 조롱하려고 한것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것을 맛보고 더 마시기를 마다하였다. 그 이유는 예수께서 예루살렘을 향해 가기로 이미 자발적으로 결단 했을 때부터 이 수난은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고통의 감내이고 또 이 죽음이 죽음이 아니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형수를 십자가에 다는 절차는 십자가 기름대에 양손을 묶거나 못으로 박고 세움대 아래 부분에 발을 올려 놓는 턱을 만들어 두 발을 묶거나 못박는다.
그리고는 십자가를 세워 묻는다. 이때 이교도들의 관습은 죄수를 적신으로 매달았지만 유대인들은 치부를 가렸다. 이렇게 형리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았다. 이 때가 당시 시간으로 제3시, 제3시는 오늘의 시간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세시간 동안의 시간이다. 여기서 예수의 십자가형 집행시간을 제3시라고 한 것과 요한 복음서에서 빌라도가 예수의 사형을 확정한 시간을 정오 12시라고 한것과는 서로 맞지 않는다. 대목 355에서도 말했듯 이 이 두 시간은 전례적인 상징 시간이다.
마르꼬는 아모스서의 『캄캄한 한 낮』(8,9)시간과 맞추어 예수의 죽음전 이루어진 시간 12시를 부각시키고 이 시간과 연계하여 집행시간을 아침 9시로 잡았다. 예수와 함께 두 사람이 형장에 끌려 왔다. 복음서는 이들을 강도라고 했는데 바라빠를 두목으로 한 반란자였을 수도 있다.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이 사형수들은 예수를 가운데로 하여 하나는 오른쪽에 또 하나는 왼쪽에 세웠다. 우리나라에서「착한 우도(石盜)」와「악한 좌도(左盜)」로 구별한다. 후대 전설에 따르면 우도의 이름을 다스마스 혹은 티투스라 하고 좌도는 제스따스 혹은 두마쿠스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예수께서 체포될 때에 『나를 강도로 취급하느냐』(마르 14,48)고 한 것은 나를 이렇게 모욕하느냐라는 뜻이었다. 그들이 예수와 함께 악당들을 같이 십자가에 죽인 것은 예수를 모욕하려는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유대인들의 율법 시행령 미슈나에는 하루에 죄인 한 사람만 십자가에 매달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이렇게 하여 『그는 범죄자들 중 한 사람으로 취급되었다』라는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이 이루어졌다. 그 글에는 이렇게 씌여져 있다 『그는 자기 목숨을 내던져 반역자의 하나처럼 그 속에 끼어 많은 사람의 죄를 짊어지고 죽으며… 용서를 청하면 기도 하였다』(이사 53,12).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