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1982년부터 해마다 대림 제2주일을 인권주일로 선포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존중에 대한 교회의 숭고한 소명을 천명해온지 13년이 흘러 금년에 14번째 맞는 인권주일을 지내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점진적인 민주화 과정을 통해 인권상황이 호전된 면이 있으나 아직까지 상당부분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가정과 학원내의 빈번한 폭력사건으로 아동들의 인권문제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가톨릭신문은 제14회 인권주일을 맞아 그간 소홀히 여겨왔던 「아동인권」과 「사형수의 인권」문제에 신자들의 보다 깊은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인권주일」특집을 마련, 이 두 문제의 개선책을 찾아보았다.
◆악을 악으로 갚는 사형제도 이대로 둘것인가?
보복심리 부추겨 오히려 범죄 증가
후진국에만 존치, 갈수록 폐지되는 추세
“하느님 권능 도전 행위”… 교회, 폐지운동 지속 전개
인간의 잘못된 판단ㆍ목적에 의해 「생명 좌우」될 우려
악을 악으로 갚는 사형제도, 더 이상 존재해야 하는가?
잔혹범죄에 대한 응징으로 사형을 집행시켰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사람들은「죄를 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앞서 「잘못한 대가로서 목숨을 빼앗는다」는 보복심리를 먼저 떠 올린다.
사형제도에 의한 인간생명의 박탈은 이처럼 자신의 잘못에 대한 자각을 유도하기 보다 악을 악으로 응징토록 하는 또다른 보복심리를 부추기고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지난달 초에 사형집행된 지존파 등 19명의 경우 그들의 범죄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인간임을 스스로 포기한 행위였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들의 사형집행이 잔혹범죄 발생을 줄여보기 위해 단행했다면 큰 오산이었다는게 범죄예방학자나 교정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실제로 유엔에서는 몇년전 사형들과 살인율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결과 보고를 통해 『사행집행이 종신형보다 더 나은 억지효과가 있다는 아무런 과학적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 다』고 보고한바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결론을 낸바 있다.
오히려 사형집행이 없는 국가에서는 흉악범죄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사형집행이 빈발한 일부 국가에서는 생명의 존엄성이 훼손됨으로써 범죄가 더욱 증가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사형제도 자체를 폐지했거나 사형제도는 있지만 사형집행을 중지한 나라가 1백여국에 달하고 있는 상태며 갈수록 사형제도폐지를 채택하는 국가가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을 비롯한 제3세계 국가 및 후진국 등 정치 경제 사회적 후진국가에서만 일부 존치하고 있을 정도로 이미 사형제도 폐지는 세계적 추세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의 정치 사회적인 분위기에 연관, 보복에 의해서 또 사회분위기 일신차원의 전시효과를 위해 사형제도가 악용될수 있다는 점에서 사형제도는 더 이상 존재 해야할 이유 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사형제도는 하느님이 주신 천부적 권리인 인간생명을 인간이 마음대로 박탈할 수 없는 것이기에 교회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막아 왔으며 지금도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가 중심이돼 이 운동을 계속 전개해 오고 있다.
사형제도 폐지론자들은 우선 사형이 ▶인간의 이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복수심의 본능에 근거한 야만적인 잔혹한 형벌이며 ▶생명권을 존중하는 헌법에 위배되며 ▶범죄인의 개선 교육이라는 형벌 본래의 목적 상실 ▶사형을 폐지한 국가의 범죄증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사형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교회는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와 공동으로 이러한 사형제도를 없애기 위해 전국 1천여본당과 단체가 참여하는 사형폐지 서명운동을 벌인 바 있으며 앞으로도 인간생명의 존엄성 확보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 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회는 악을 악으로 갚는 고대의 형벌체제인 동해보복(同害報復)주의를 답습하는 시대 착오적인 형벌에 불과한 사형제도가 더 이상 존재할 경우 제도에 의한 또다른 살인이 되풀이 될 뿐이라며 적극적인 반대운동에 나서왔다.
사형집행을 반대하는 이유중에는 판사의 기술적인 실책이나 실수에 의해 한 생명이 무고 하게 죽어갈수도 있다는 점을 교회는 중시하고 있다. 종신형과 같은 구금과는 달리 사형 집행은 다시는 회복시킬수 없는 인권침해라는 점에서 더욱 신중하게 다루어 져야할 문제다.
이것은 곧 인간의 최고가치인 생명권이 우리의 잘못된 판단과 의도된 목적에 따라 마음대로 좌우돼 왔다는 지적이며 그렇다면 사형제도 자체는 그 어떤 경우에도 존치시킬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문민정주가 들어선 이후 사형제도를 폐지시키거나 사형집행을 중지 또는 연기해 줄것을 인권단체나 교회 등이 중심이돼 정부측에 수없이 요구해 왔다.
정부는 그러나 문민정부의 정통성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지난해에 이어 2년간 28명의 생명을 인간이 정한 판단 기준에 따라 천부적 인권인 생명을 박탈해 버렸다.
사형제도 폐지론자들은 인간에 의해 목숨을 빼앗아 버리는 사형제도 대신 종신토록 형을 살면서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뉘우치며 살아 갈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을 선택할것을 강조한다.
또한 교회도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고갈시키고 일반인의 파괴적 본능을 자극하게 되는 사형제도야 말로 인간생명의 주재자인 하느님의 권능에 도전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교회 관계자들은 인권수호의 바탕을 이루는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를 촉구하면서 국민정서상 단번에 폐지를 단행할 수 없을 경우에 대비, 단계적 사형폐지운동을 주장하고 있다.
사형선고는 하되 사형집행을 3년 혹은 5년 단위로 일시적으로 연기 또는 중지시키거나 아예 집행을 하지 않는 단계적 방법을 통해 사형집행 유무에 따른 범죄 발생 증감 등을 비교해 본다면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문제는 손쉽게 풀릴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아동ㆍ청소년 인권문제에 교회의 관심ㆍ사목연구 필요하다
“매맞고 자란 아이 학교서 폭력 자행”
물리적인 선도 역효과만 초래
아동ㆍ가정폭력문제 상담소 개설 필요
가정과 학교가 폭력으로 물들고 있다.
우리네 아이들이 부모와 학우들의 폭력 앞에 무기력해 있다.
정부는 물론 교회와 사회가 아동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뚜렷한 예방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조사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폭력학생서클로부터 금품을 빼앗기거나 폭행을 당한 초ㆍ중ㆍ고교생이 전국에서 61만9천여명에 이르고 피해액수는 16억6천9백여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내 폭력서클수는 전국 각 학교에 1천39개나 조직, 산재돼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학교내 폭력서클은 중학교 2백88개, 고교 4백48개, 남녀혼성서클 3백3개 등이며 올들어 지난 8월까지 폭행, 절도, 가출, 약물오용ㆍ남용 등 비행을 저지른 학생만도 2만1천5백68명으로 조사됐다.
이미 알려진대로 교내 폭력서클이나 학원주변 폭력배들이 자행하고 있는 각종 폭력들은 폭력배들끼리 돈을 주고 대상 학생을 폭행하거나 성추행을 하는 「청부 폭력」까지 자행 하고 있어 극한의 위험 수위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정경균 교수가 최근 서울시내 13개 고등학교 남녀학생 3천51명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남학생의 16.7%, 여학생의 5.4%가 성경험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경험이 있는 학생중 남학생은 87%, 여학생은 95.8%가 약물을 복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가정 형편이 어려울수록 또 가정에 대한 불만이 많을수록 성경험을 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 보고됐다.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회장=홍강의 교수) 관계자들은 학교 폭력의 원인 제공자를 가정내에서 폭력을 자행하는 부모들에게 돌리고 있다.
『가정에서 매맞고 자란 아이가 학교에서 폭력을 자행한다』는게 오랜 상담 경험에서 나온 이들의 결론이다.
이들은 『학교 폭력배와 학대 부모들 중 상당수가 공통적으로 그들 자신이 어린시절에 학대를 받은 과거력이 있고, 대부분의 학대부모들은 자녀양육과 훈육 방법으로 폭력적인 방법 이외에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가정안에서 행해지고 있는 아동체벌에 대해 관대한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외국의 경우 아동학대를 「가정내 아동학대」와 「가정외 아동학대」로 구분, 가정내 아동학대는 신체적인 학대와 방임, 성적 학대, 정서적 학대를 포함시키고. 가정외 아동학대는 아동을 위한 시설이나 학교에서의 학대와 방임, 아동의 노동력 착취, 성적 학대 등을 포함시켜 엄격한 법제도 하에서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동 자신도 가정 안에서의 웬만한 처벌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부모들도 이를 당연시하고 있다.
한국 갤럽조사에 우리나라 부모들의 72%가 체벌한 경험이 있으며, 아동의 98%가 매를 맞아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이는 일본의 33%, 미국의 26%보다 월등히 높다.
서울대 의대 소아ㆍ청소년정신의학과 홍강의 교수는 『아동의 훈율방법으로 우리나라 부모들이 체벌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며 오히려 체벌을 사용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버릇이 없어지고 교육상 좋지 않다는 관념이 팽배해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교회내 아동복지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수도자 및 전문 실무자들은 『가정과 학원 폭력의 예방책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리적인 힘만으로 정화차원에서 비행 청소년들을 무조건 잡아 들이는 정부의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물리적 힘은 음성적이고 더욱 가공할 또다른 폭력을 낳을 수 있다는게 아동복지 관계자들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이들은 교회가 가정과 학교에서의 폭력을 예방, 근절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기대했다.
교회내 각종 사회복지 시설은 물론 가정 및 생명수호단체 그리고 각 본당에서 가정 폭력을 뿌리 뽑고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교육 및 사목프로그램을 실시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교회가 아동인권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시민단체들과 연대, 아동학대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이 제정될 수 있도록 「아동 보호법」개정에 앞장서줄 것을 호소했다.
아동복지 관계자들은『아동학대의 사례나 의심에 대해서 이웃이나 아동의 치료, 교육, 보호를 맡고 있는 시설 종사자가 학대 부모를 법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법령과 함께 다시는 가정에서 아동폭력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적극적인 예방책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복지 문제에 관계하는 수도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볼 때 교회가 아동인권 문제에 구체적으로 관여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본당 및 지구 차원에서 「아동 문제 상담소」를 개설, 가정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상담과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각 지역 동사무소와 구청과 협조해 기관시설에 「사회복지사무소」를 설치, 본당 사목자나 전교수녀 또는 자원봉사자들이 가정 폭력문제를 상담하는 상담소를 운영, 부모들의 의식을 계몽하자는 적극적인 제안도 나왔다.
또 지역 교육청이나 학교와 연대해 본당 수녀들이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학교내 폭력을 예방하고, 성문제와 약물복용과 같은 청소년 비행 사례를 줄여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아동복지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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