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은 한국 천주교회가 사목행정 부문에서 일대 혁신을 창출한 해로 교회사적으로 기억될 만한 해이다.
주교회의가 금년 한해 동안 확정 시행한 교회 행정 쇄신 부문을 간략히 더듬어 보아도 「한국 사목지침서 공포」「한국 사제양성지침서 인준」「교회 종합 전산망 착수」「2천년 대희년 주교특별위원회 구성」「미사통상문 개정안 확정」「농민주일 제정」등 일련의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처리해 왔다.
가톨릭신문은 저물어가는 95년 한 해를 마감하면서 교회력으로는 새해의 첫발을 내디딘 시점에서 금년 한해 동안의 교회 사목행정을 종합 결산해 보았다.
금년 한해 동안 한국 천주교회는 ▶보편교회 안에서 지역교회로서의 자치권을 확립, 강화했을 뿐 아니라 ▶제도적으로 정보 사회선교를 대비한 사목 정보의 종합화ㆍ과학화를 추진, 교회 행정관리의 표준화의 기틀을 마련해 왔다.
한국 천주교회는 ▶아시아 주 교회의를 비롯한 세계 각 지역교회들과 연대, 인간의 존엄성을 알리는 생명운동에 역량을 기울여 왔을 뿐 아니라 ▶통일 사목운동에도 지대한 관심을 금년 한해 동안 기울여 왔다.
우선 한국 천주교회가 지역교회로서 차지권 확립을 위해 기울여 왔던 금년 한해동안의 활동을 정리해본다.
▨한국 교회 자치권 운동
교회사적으로 1995년이 길이 기억될만한 일은 바로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를 시행, 공포한 일이다.
교황청 인준과 한국 주교회의 확정으로 금년 4월 16일 예수부활 대축일에 공포되고, 6월 4일 성령 강림대축일부터 발효된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는 현재까지 전세계 전교지역 교회에서 지역교회가 자국어로 만든 유일한 지역 교회법전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이로써 전세계 전교지역에서 자국어로 번역된 보편교회법전과 자국어로 작성한 지역교회법전을 모두 갖춘 유일한 교회로서 세계 교회의 부러움을 사고 있을뿐 아니라 자치권을 확립하는 완전한 형태를 이루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안은 「한국 사제 양성 지침서」를 인준, 2천년대 복음화의 발판이 될 새로운 한국 교회의 사제 양성 지침을 제정한 점이다.
「한국 사제 양성 지침」은 국내 모든 대신학교 학칙과 내규에 적용될 명실상부한 한국 교회의 사제 양성을 위한 기준서이다.
사제 양성이 바로 복음화와 직결되는 교회의 일차적 주요 과업이란 측면뿐 아니라 2천년대 복음화에 대비한 미래 사제 양성의 준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금년 주교회의 봄 총회에서 인준된 「한국 사제 양성 지침서」은 역사적인 큰 의의를 갖게 한다.
주교회의가 지난 88년부터 8년간 끌어온 「미사통상문」개정안을 금년 봄 총회에서 확정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금년에 확정된 「미사통상문」개정안은 성체성사의 본질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배려했고 하나님께 대한 존칭어를 우리 고유의 예법에 맞게 시정해 그간 신학적으로나 번역상에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요소들을 최대한 바로잡아 정확한 전례용어가 정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현재 교황청의 최종 인준만을 기다리고 있는 「미사 통상문」개정안은 교황청의 재가가 있을 경우 이를 기초로 전례서의 전반적인 개정작업이 있을 예정이다.
한국 주교회의는 이같이 금년 한해동안 2천년대 복음화를 대비, 미래 사목의 발판이 될 지역교회법과 사제양성 지침, 전례서 개정 문제 등을 확정, 시행함으로써 보편교회 안에서 고유한 지역교회로서의 자치권을 더욱 공고히 확립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교회 행정관리 표준화
금년 한해 동안 한국 천주교회 사목 행정의 또 하나의 금자탑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교회 행정관리의 표준화 작업을 착수했다는 점이다.
교회 행정관리의 표준화 작업은 주교회의 봄 총회의 결정에 따라 4월 7일 발족한「한국 가톨릭 사목행정 발전위원회」를 주축으로 체계적으로 진행돼 오고 있다.
그 첫작업으로 지금까지 사용돼 왔던 통계 양식을 전면 개정, 새로운 형태의 교세 통계표인 「한국 천주교회 통계」가 첫 선을 보였다.
새로운 교세 통계표는 그 분량만도 59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으로 늘었을 뿐 아니라 통계 양식도 세분화하여 통계의 정확성을 기하는 한편 자료적 가치를 한층 높였다.
새로 개정된 통계 양식이라 교구별로 누락된 항목과 부분적으로 수치가 부정확한 곳 등 미진한 부분이 눈에 띄지만 지금까지 교구별로 사목행정 문서가 통일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고 앞으로 이를 토대로 사목문서 양식이 표준화될 것으로 전망할 때 금년도에 발간한 「1994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는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할 수 있다.
금년 주교회의 가을 총회에서 정관이 승인됨에 따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한국 가톨릭 전산원」은 교회가 2천년대 정보산업 사회를 겨냥해 미래지향적 선교 전략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종합적인 자료 제공과 아울러 교회내 통합 전산망을 구축, 사목, 사목 행정의 표준화를 추진하는데 한몫을 담담할 예정이다.
「모세 프로젝트」로 명명된 한국 가톨릭 전산원의 종합 전산망 작업은 ▶교회의 모든 시설과 기관을 하나의 전산 행정망으로 연결하는 단일 네트워크 구축작업과 ▶사목행정 데이터 베이스 구축 ▶유무선 통신망을 통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제공 등 3계단로 나뉘어 진행중에 있다.
교회 행정의 표준화 작업은 마침내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의 조직을 전폭 개편, 「행정사무국」을 신설해 2천년대를 대비한 사목행정 전문기구로 탈바꿈하게 했다.
금년을 시점으로 착수한 일련의 교회 행정관리 표준화 작업은 앞으로 사목행정 업무의 관리 책임제 구현은 물론 사목정책의 과학화를 추진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설, 확정된 기구 및 사목행정
금년에 신설된 기구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주교회가 가을 총회에서 설치한 「2천년 대희년 주교특별위원회」는 2천년 대희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와 제3천년기 한국 교회의 사목에 대비한 연구와 세기적인 변혁기에 들어선 한국교회의 과제들을 연구 검토하기 위해 2천년까지 한시적으로 설치된 특별기구이다.
특위 구성 위원들을 보더라도 사목경험이 풍부한 위원장 경갑룡주교를 비롯해 이병호, 박석희, 최창무, 장익 주교 등 모두 신학자로서 명망이 높은 주교들로 구성돼 있어 이번 특위의 비중을 가늠케해 주고 있다.
교주 직할 기구가 아닌 협의체인 주교회의 산하 특별위원회라는 성격상의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 5천년간의 「2천년 대희년 주교특별위원회」의 활동이 기대된다.
주교회의가 오늘날 우리 현실에 맞는 사목 행정을 추진하기 위해 금년에 「생명의 날」과「사제 성화의 날」「농민주일」등을 새로 제정했다.
「생명의 날」은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간의 생명과 품위를 해치는 폭력적인 사건들로부터 인간의 생명을 수호하자는 취지에서 교황청 국무원장 소다노 추기경이 세계 각국의 주교회의는 매년 5월 마지막 주일을 생명의 날로 정했다.
「사제 성화의 날」은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복음 선포자들인 사제들의 직무를 상기시키고, 더욱 완전한 더욱 완전한 성덕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교황청에서 제안한 대로 매년 예수 성심 대축일에 지내기로 했다.
한국 주교회의는 또 도시 산업화 현상으로 말살되어 가는 농촌을 살리고, 물질문명에 대조되는 정신문화의 발전을 강조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인간화하는데 기여할 목적으로 7월 셋째 주일을 「농민주일」로 지낼 것을 가을 총회에서 확정했다.
새로 설정된 전례 기념일들은 한국 사회에 뿌리깊이 박힌 물질주의와 배금사상, 반생명주의를 근절하고, 권위적 교회 풍토에서 탈피하기 위해 우선 사제들의 쇄신을 권고하기 위해 마련된 기도의 날로 한국 교회의 현실을 직시한 반영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 교회와의 연대
한국 천주교회는 보편교회 안에서의 한 지역교회로서 금년 한해도 세계 각 지역 교회와 꾸준한 교류 증진과 우애를 증진시켜왔다.
올 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제10차 세계 청소년대회에 사상 유례없는 2천여명이라는 참가자를 파견한 한국 천주교회는 교회의 미래가 아시아에 달려있음을 만방에 알리는데 한몫을 했다.
한국 주교단은 1월 제6차 아시아 주교회의(FABC)정기총회에 참가, 아시아 각국에 만연돼 있는 생명 경시 풍조를 근절하는데 아시아 각 지역교회와 연대해 나가기로 하고, 이병호 주교는 FABC신학자문위원으로 추대돼 아시아에서의 그리스도교 신학의 토착화 작업에 깊숙이 관여하게 됐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금년 5월 처음으로 국제 까리따스 이사국으로 선출돼, 99년까지 극동지역 대표로 활동하게 되는 등 그 위상을 떨쳤다.
한국 천주교회는 올 한해 동안 많은 교회 저명인사들을 바쁘게 맞았다.
금년 4월 전세계 4억 정교회 신자들의 최고 지도자인 바르톨로메오스 1세 세계 총대주교의 방한을 시작으로 필리핀 신 추기경, 교황 개인비서 투 몬시뇰 등 전세계 교회 저명인사들이 연이어 한국 교회를 찾았고, 9월에는 중국 천주교회 공식 방문단이 처음으로 예방, 양국 교회간의 교류 증진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96년 사목행정 전망
전국 각 교구장들의 신년 사목교서를 종합해 보면 2천년 대희년을 향한 신앙의 내실화에 사목역량을 집중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는 2천년대까지 교회의 내적 쇄신을 통한 새로운 신앙공동체를 건설해 미래 교회가 지속적으로 복음화 운동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려는 교구장들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교구장 주교들은 미래교회의 주인이 될 청소년들을 새로운 복음화 운동의 영역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어, 청소년들의 교회 참여 정도가 미래 사목의 지표가 될 척도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신년 봄에는 한국 주교단의 사도좌 정기방문(AdLimina)이 마련돼 있어 교황 알현후 국내에서 2천년 대희년 준비 작업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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