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사형선고를 받게 된 죄목은 「유대인의 왕」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죄목은 유대인들의 지도자들이 조작한 것이었다.
예수께서 체포되어 대제관 가야파의 최고의회에서 심문 받을 때 예수께서 유죄로 판결 받은 죄목은 「하느님의 메시아, 하느님의 아들」이란 죄목이었다(대목 346참조). 그후 그들이 총독 빌라도에게 죄인을 끌고 가서는 죄목을 변질시켰다.
그들은 예수에게 「소란죄」, 「황제에 대한 세금 거부죄」, 「메시아 왕을 자칭한 죄」를 뒤집어 씌웠다(대목 348참조). 빌라도는 이때부터 그들이 고발 죄목을 믿지 않았고 놓고 줄다리기를 하였다.
빌라도는 그들에게 예수를 「유대인의 왕」으로 제시하며 유대인의 왕은 유대인들이 알아서 처리할 일이지 자기와는 무관하다는 태도를 견지하였다.
유대인들은 자기들의 왕은 오직 카이사르(로마 황제)일뿐이라고 선언하면서 만일 예수를 처단하지 않으면 로마당국에 호소하겠다는 협박을 빌라도에게 가했다.
이 협박에 밀린 빌라도는 예수의 문제를 놓고 그들이 뜻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들에 대한 태도는 변함이 없었고 한편 이 재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책임 회피의 심정도 굳히고 있었다.
하여튼 빌라도는 유대인들과의 줄다리기에서 패배하였고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았음에 몹시 불쾌하였다.
아직 일처리가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죄인 예수의 십자가형을 마무리해야만 했다. 로마의 십자가형 집행 관습에 따르면 십자가상에서 죽은 죄인이 무슨 죄목으로 죽었는지 명패를 붙여 놓아야만 했다.
빌라도에게 마지막으로 유대인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역사에 남길 기회가 왔다.
그는 예수의 죄목을 「나자렛 사람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고 써서 예수의 머리 위에 붙였다. 「유대인의 왕」이란 말은 유대인들에게는 하느님이 보내신 구세주 메시아 왕이란 뜻이다. 빌라도는 예수의 정체를 십자가 위에 높이 써 붙여서 온 세상에 온 세계에 공포한 셈이 됐다.
이 명패는 유대인들의 모국어인 히브리어, 로마의 국어 라틴어, 문화세계의 언어인 그리스어로 써붙였다. 그리고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곳이 예루살레 성도에서 가까운 곳이 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이 명패를 읽을 수 있었다.
그후 온 세계 사람들이 십자가를 쳐다 보며 명패의 약자 「INRI」를 쳐다 보며 예수의 수난을 묵상하게 되었다.
I는 라틴어 Iesus의 첫 글자, N은 Nazarenus(나자렛 사람), R은 Rex(왕), I는 Iudaeorum(유대인들의)의 첫 글자이다. 「유대인의 왕」이라는 명칭은 유대아의 지도자들에게 몹시 신경을 건드리는 말이다.
그 뿐 아닌라 이 유대인의 왕이 나자렛 출신 이라는 것을 참을수 없는 모욕이다. 나자렛은 그들이 안중에도 없는 무명의 촌락이었고(요한1, 46) 자기들의 왕이 이러한 촌뜨기라는 것은 민족적인 모욕이었다.
대제관들은 이 명패를 읽고 지체없이 빌라도를 찾아 갔다. 그리고 말하였다. 「유대인의 왕」이라고 쓰지 말고 「내가 유대아의 왕이다」라고 바꿔 쓰라고 요청하였다.
예수를 「유대아의 왕」이라고 세상에 공표하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하다는 것이다. 빌라도는 지금까지 그들에게 밀려 왔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에게 밀릴 수는 없었고 지금이야말로 그들에게 보복할 기회라고 생각하여 『내가 쓴 것은 쓴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거절 하였다.
유대아의 지도자들은 이 말에 더 할 말이 없었다. 첫째는 로마의 문서는 한번 쓴 것을 다시 고쳐 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여 예수는 박해자들의 손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의 죄를 짊어진 메시아 왕이란 진짜 명칭을 가지고 십자가에서 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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