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부터 냉담해온 홍정환(가명ㆍ32)씨는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을 잘타는 성격으로 5년전에 결혼해 1남1녀를 두고 있는 가장이다.
신자인 홍씨의 아버지는 외인이었던 어머니와 결혼하면서 관면혼배를 받았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권유로 결혼후 바로 세례를 받고 입교했다.
결혼당시 직장을 다니던 아버지는 홍씨가 국민학교에 들어갈 무렵 건설업을 시작했고 사업의 성공을 위해 뛰어다니다 보니 자연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지게 됐다.
가정에서의 기도생활을 이끌어 오던 아버지가 기도시간에 빠지는 날이 많아지자 가정 기도생활은 차츰 뜸해져갔다.
특히 아버지의 사업이 몇번 고비를 맞으면서 어머니마저 사업자금마련을 위해 바빠져 그나마 간간히 바쳐오던 가정기도가 자연스럽게(?) 사라져 버렸다고 홍씨는 기억했다.
부모님들은 홍씨의 교리교육을 주일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더 신경을 쓰지 않았고 홍씨가 교리상의 의문점을 물어도 형식적인 답변만을 할뿐 자세한 것은 주일학교 선생님에게 물어보라는 부모님의 대답을 들어야 했다.
홍씨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아버지의 사업도 안정됐으나 부모님은 홍씨의 교리교육보다는 진학에 관심을 두면서 공부를 잘했던 홍씨가 성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염려스러워 했다.
『부모님들은 주일미사도 빠지지 않고 신자분들과도 잘어울리시면서도 동생과 나에게 신앙에 대해 별로 말씀하지 않으셨고 내가 시험공부 등으로 주일미사에 빠져도 크게 꾸중하는 일이 없었다』고 홍씨는 말했다.
더욱이 홍씨는 지방에서 상경해 서울의 대학교로 진학하게 되자 학업과 입학초기 대학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휩쓸려 주일미사를 궐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게 됐다.
대학과 군대생활동안의 신앙생활에 대해 홍씨는 『아마도 나에게 신앙의 뿌리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주일학교 교육의 기억은 커면서 주일미사를 지켜야 한다는 등의 의무감과 부담감으로만 작용했다』고 한다.
홍씨는 『집에서 성서를 가족과 함께 읽고 기도하는 모습보다는 방학때마다 주일학교 시절의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과 성탄, 산간학교, 청년회 모임 등등의 행사때의 체험이나 추억만이 남아있다』고 기억했다.
그러던 홍씨는 졸업후 대학시절에 사귀던 아가씨와 서울에서 결혼을 하게 됐다. 결혼 상대자가 외인이었으므로 홍씨는 부모님의 교적본당에서 관면 혼배를 받고 서울에서 따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당시 홍씨는 교회혼인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고 단지 거쳐야 할 관문으로만 여겨 약혼식을 대신한다는 생각으로 혼인전 교육도 형식적으로 하고 말았으며 부모님들도 관면혼배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결혼후의 신앙생활에 대해 홍씨는 바쁜 직장생활과 함께 신앙의 여유가 없었고 집에서 함께 기도를 하려고 해도 가정기도에 대한 별 기억이 없어 잘 안되었다고 한다.
결국 결혼후 3년만에 냉담에 빠진 홍씨는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자신이 받은 것처럼 유아 세례를 받게 했으나 그저 단순한 의무감이었고 큰 아이가 4살이 될때까지 성호경을 가르쳐본 것 외에는 성서이야기 등을 들려줘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홍씨는 『교회내의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가정용 교리 교재가 있어 이야기책 읽어주듯 교회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홍씨는 『연령, 취미, 직업 등 사회환경이 비슷한 부부끼리의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이런 모임들을 통해 다른 가정의 신앙생활을 배울수 있고 자극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아이의 유아세례후부터 성당에 발길을 끊어버린 홍씨는 잘모르겠다고 한다. 홍씨는 그저 자신의 게으름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하면서 언젠가 다시 나가게 될 것이라고 웃었다.
홍씨의 경우는 자신의 말처럼 신앙에 스스로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것 외에는 냉다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교회는 가정이 첫 교리교사라고 가르치는데 요즘 가정의 세태는 냉담자의 산실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 란은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하는 자리입니다. 자신이나 혹 주변에 냉담과 관련한 사연이 있으시면 신문사로 연락주십시오(053-255-2485). 신자분들의 참여와 다양한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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