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은총의 대림시기」라는 말은 우리에게 있어서 별 의미가 없습니다. 하루하루의 삶을 걱정해야 하는 추운 겨울 한 가운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할 따름입니다』
흥겨운 크리스마스 캐롤이 거리에 울리는 대림절에 내일에 대한 희망없이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그런 이웃이 아직도 우리 주위에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로 눈을 돌리면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시 금천구 시흥5동 420-4 4통5반 섭리의 집(원장=윤석만)에는 연고자가 없어 오갈데가 없는 할머니 23명이 함께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할머니들을 식구처럼 돌보는 윤석만(도마ㆍ74)씨. 그도 역시 할머니들과 비슷한 연배의 할아버지다.
「여기 계시는 할머니들은 자녀도 없고 가진 것도 없어서 달리 의지할 데가 없으신 분들입니다. 이들에게는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윤할아버지는 갈곳 없는 할머니들을 위해 10여년을 투신해 왔다. 성직자, 대학교 교수 등 사회에서 나름대로의 기반을 잡고 있는 자녀들을 두고 있는 그는 자녀들과 함께하는 편안한 여생을 포기한지 이미 오래다. 신앙안에서 오갈데 없는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삶이 너무나도 보람되기 때문이다.
1978년에 불우한 청소년들이 하나 둘 모여 설립된 섭리의 집은 1987년에 의지할 곳 없는 소외된 노인들을 위한 시설로 전환돼 지금까지 운영되어 오고 있다.
설립 초창기에 섭리의 집은 주변 이웃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야 했다. 마을주민일부는 구청에 진정서를 내기까지 했다. 실랑이를 벌이고 사정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행히 구청의 중재로 섭리의 집은 1~2년이 지나면서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섭리의 집은 이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노인복지시설이라는 버젓한 간판하나 내걸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힘들게 얻은 삶의 보금자리마저 잃지 않기 위해서다. 또 할머니들은 바깥 출입 한번 마음 편하게 할 수 없다. 지금도 집 주위는 항상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할머니들을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이런 주위의 무관심과 냉대다.
섭리의 집은 일반 노인복지시설이나 양로원에 비해 규모도 작고 규모도 보잘것없다. 그러나 이곳 할머니들은 그 어느 시설 보다도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섭리의 집 은 가톨릭교회내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시설 중의 하나다. 그래서인지 연말연시에 그 흔한 주목한번 받지 못하고 있다.
섭리의 집에는 대부분 70세 이상의 고령 할머니들만 생활하고 있는데 대부분 노환으로 관절염, 신경통 등의 질병으로 시달리고 있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웃음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연말연시에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섭리의 집에는 오늘도 쓸쓸한 적막만이 감돌고 있다.
며느리의 소홀함에 마음 아파할 수 있는 그런 가정마저 없이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섭리의 집 할머니들에게는 정성이 담긴 배추 한포기, 따뜻한 밥 한그릇이 아쉽다.
지난 10년동안 섭리의 집에서 인생을 마감한 할머니는 20여명.
섭리의 집 할머니들은 봄을 기다리고 있다. 저녁을 준비 하기위해 아픈 몸을 어렵게 움직이는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올 겨울이 유난히도 춥게 느껴졌다.
※도움주실분=국민은행 004-01-0526-872 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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