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성당 한 복판에 달동네 판자촌을 연상시키는 구유가 만들어졌다. 이 구유는 2천년전의 아기 예수 탄생을 현대화시켜, 지금 여기에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한다면 풍요속에 빈곤을 겪고 있는 달동네 빈민들을 끌어안을 예수님을 상상하면서 만들어 졌다.
명동본당은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가 아니라 달동네 가장 높은 골목 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를 형상화 시켜, 현대 교회의 사명을 강조하기 위해 구유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고 한다.
그렇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과 재림을 기다리는 기쁨의 축제기간인 대림절, 가톨릭 신자들이 그 분의 탄생 의미를 제대로 안다면 불우한 이웃과 함께 성탄을 준비해야한다.
일반적으로 한국 교회의 대림기간은 연말 연시와 맞물려 시끄럽고 어수선한 분위기다. 계속되는 망년회로 인해 대림과 성탄의 의미나 기쁨보다는 술에 찌든 성탄을 맞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우리의 이웃을 바라본다면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정말 가난하고 쓸쓸하게 대림절, 연말을 보내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최안나씨(54세)는 시장에서 매일 매일 버려지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을 하고 있다. 고되고 힘든 일을 하고 있지만 그는 이맘때면 힘이 절로 난다고 한다. 왜냐하면 항상 연말, 대림을 같이 보낼 수 있는 이웃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 10년 동안 소녀가장과 함께 대림을 보내왔다. 자신의 처지도 그리넉넉지 못한 그녀가 1년에 가장 보람된 시간이 바로 대림이 시작되는 연말인 것은 그만큼 불우한 이웃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하루 일당을 받으면 꼭 고기나 옷 등을 사가지고 이웃에 살고 있는 중학생 영선이(아녜스)를 찾아간다.
그리고 함께 1년동안 살아온 것을 반성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 준비를 하는게 그녀의 요즘 삶이다. 국민학교 졸업이 자신의 최종 학력이지만 영선이가 적어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돕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안나씨가 영선이와 인연을 맺은 것은 10여년전 세례받은 첫 해 대림기간을 어떻게 보속하며 보낼까 고민하면서부터다. 그때 그녀는 아기예수의 성탄을 기다리며 그 보속으로 가까운 이웃에 있는 영선이를 알게 됐고 그 때부터 영선이는 안나씨의「아기 예수」(?)가 되었다.
자신도 추운 날씨속에서 잡일을 하는 처지이지만 영선이를 만나면서 그녀의 삶은 기쁨이 넘친다고 한다. 그만큼 이웃과 나누는 사랑이 힘들지만 보람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불우이웃을 돕는 자선 냄비와 종소리가 도심을 울리곤 한다. 가톨릭 교회 신자 역시 지난 1년 동안의 삶을 돌이켜보며 반성하고 신년계획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분한 분위기이기보다는 들떠 있으며 이웃을 돌아보기는커녕 흥청대기 십상이다.
그러나 가톨릭 신자라면 일반인이 생각하는 연말 분위기만을 즐겨서는 안된다. 최안나씨 처럼 자신의 처지에도 불구하고 이웃을 생각하는 나눔과 사랑을 실천해야만 된다는 얘기다.
노태우씨와 전두환씨의 잇단 구속으로 여느 때보다도 어수선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요즘 사회복지시설에 불우이웃 성금이 끊겻다는 보도가 있다.
움츠러든 경제가 사람들의 정신에도 영향을 끼쳐 연말이면 그래도 불우한 이웃을 돌아보게 했던 이들의 가슴을 얼어붙게 한 것이다.
어느때 보다도 추운 겨울을 맞이할 불우한 이웃들. 이들에게 가톨릭 신자들이라도 찾아가 따뜻한 차 한잔이라도 나눠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림절의 의미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재림을 준비하며 보속하는 기간이라고 교회는 가르치고 있다. 사순절과는 다르게 축제적분위기인 대림절은 그만큼 모든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추운 겨울 마구간에서 아니 달동네에서 탄생한 아기 예수 성탄이 주는 메시지 일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춥고 배고픈 그리고 외롭게 보내는 우리의 이웃이 있다면 이 역시 예수님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불우한 이웃하면 흔히 양로원, 고아원 등 시설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위를 둘러본다면 불우한 이웃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다못해 아파트 경비 할아버지, 청소하는 아주머니 등 일상에서 매일 만나지만 그동안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던 이들도 허다하다.
대림과 성탄을 가족과 함께 뜻있고 기쁘게 보내기 위해서는 바로 우리의 이웃을 함께 찾아보고 그들과 따스한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방법도 있다. 서울 명동본당이 달동네를 상징하는 구유를 만든것은 아마도 교회와 신자 모두가 가난한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대림시기를 상징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가난한 달동네에 오신 아기 예수는 대림시기를 보내는 우리 모두에게 불우한 이웃과 함께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라는 무언의 요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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