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에는 이웃을 위한 사랑을 기꺼이 실천하는 많은 이웃들이 있다. 그리스도교적 사랑에 바탕을 둔 이들의 나눔과 봉사는 사회안에「자선(慈善)」의 참된 정신을 심어주고 있다.
생활에 여유가 있어 주체할 수 없는 능력과 재물을 내버리듯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가운데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시간과 돈을 희사하는 이들은 바로 자선의 참된 모습을 보여준다.
자선활동은 사랑에 의한「의무」로서 가톨릭교회는 자선을 회개의 중요한 형식의 하나로 간주해왔고 단식에 관한 규칙 완화 이후에는 단식에 버금가는 것으로서 널리 권장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사회안에서 자선의 폭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자선이란 연말연시나 특별한 때에 돈 많은 사람들이 베푸는 특별한 행위라는 것이 대다수의 생각이다.
교회 안에서 운영되는 많은 사회복지시설들은 대개 뜻있는 이들의 후원금으로 유지된다. 이런 후원금의 액수는 어린아이의 코묻은 1백원짜리 동전에서부터 많게는 몇십만원까지 다양하다. 액수에 상관없이 그 돈은 한푼 한푼이 모두 소중한 사랑의 행유요 결과이다. 또 매년 연말이면 구세군 냄비 안에 쌓이는 동전과 지폐, 고아원과 양로원으로 쏟아지는 온정의 손길도 모두 사랑에 바탕을 둔 자선행위이다.
이런 자선활동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사랑의 의무」인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자선은「정의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가진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대상으로 자선을 행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사랑을 바탕으로 하지만 정의를 구현하는 의무이기도 한 것이다.
부유한 사람이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가난한 사람과 나누는 것은 사랑의 행위일 뿐만 아니라 정의에 입각한 의무이다. 부유층이 사회정책 입법의 발동에 따라 부담하게 되는「사회적인 부담」은 나눔의 정신에 바탕을 둔 당연한 의무로 간주되며 국가는 따라서 이러한 나눔의 실천을 통한 부의 공정한 분배가 가능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회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눔과 공정한 분배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이다. 기업체가 사회로부터 얻은 기업 이윤은 그 일정 부분이 사회로 환원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선진 사회에서는 기업 윤리의 한 부분에 속해 있다.
그러면 과연 한국의 기업들은 이윤의 환원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가? 과거에 비해 재벌그룹이나 대기업들의 복지사업이나 공공복지부문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과연 이윤의 사회환원이나 부의 공정한 분배를 동기로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많은 경우 권력과의 부정한 결탁이라는 그늘을 갖고 있다. 최근 터져 나온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는 한국의 유수한 재벌그룹과 대기업들이 한결같이 깊이 연루되어 있었음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지난해 제11회 자선주일 담화문에서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장 박석희 주교는「정의가 없는 자선 활동」은「자기 기만」에 빠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교회는 대기업과 재벌들이 단순한 자사 홍보나 회사 이미지 관리라는 이기적인 계산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 구성원의 복지에 관심을 갖고 이윤의 사회환원을 통해 복지사회 건설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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