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 땅에 묻어 세우는 노역을 치른 다음 예수의 옷가지를 분배하여 가졌다. 십자가형을 집행한 다음에는 사형수의 옷은 형리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 로마법의 관행이었다.
복음서에는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힌 다른 두 죄수의 옷을 분배한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고 예수의 옷에 관하여만 기록하고 있는 것은 그 옷 나눔의 행위의 신학적인 뜻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우선 이 행위는 시편에 예언된 말씀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겉옷은 저희끼리 나눠가지고 속옷을 놓고는 제비를 뽑았습니다』(시편22, 18). 과연 병사들은 겉옷을 가져다가 네 쪽으로 나누어 각자 한 몫씩 차지하였다. 십자가형을 집행할 사람이 넷이었다는 말이 된다. 사도행전에서 베드로를 감옥에 가두고 네 사람으로 편성된 네 패의 경비병에게 맡겨 지키게 하였다(사도12, 4)라고 한 것을 보면 사형집행이 4인분대가 맡아 했음을 알 수 있다.
성 치프리아노(258년 순교)는 그의 저서「가톨릭 교회의 일치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4인의 병사가 겉옷을 네쪽으로 나눈 것을 우주의 동서남북 4방을 가르킨다고 해석하였다. 그러나 속옷은 위에서 아래까지 혼솔없이 통으로 된 것이었으므로 병사들은 의논끝에 찢지 말고 제비를 뽑아 한 사람이 통째로 가지기로 하였다.
여기서 속옷이라는 것은 라틴어「투니카」라는 것으로 두 부분으로 된 것이 아니라 어깨 한쪽에 꿰매어져 길게 하나로 된 천이 발밑까지 내려져 있다. 이 옷은 조금은 고가의 옷이었고 성서학자 가리구 라그랑쥬의 해설에 따르면 예수를 따르던 한 부녀가 예수께 드렸을 것이라고 했다. 이 옷은 특히 대제관이 입는 옷으로 예수의 십자가 상 모습은 왕이며 동시에 대사제임을 상징했다.
이 옷을 찢는 것은 분열을 뜻하는 것으로(열왕상11,29~31) 대제관의 속옷을 찢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성 치프리아누스는 이 옷에 대한 해석을 하면서 이 옷이 혼솔없이 한 통으로 된 것은 교회의 일치를 상징하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졌다는 것은 교회의 일치가 하나님으로부터 내려진 은혜라는 것을 뜻한다고 하였다.
요한 복음서는 그리스도 공동체의 일치를 누차 강조한 바 있고(요한10, 15~16:11, 51~52:17, 21~23)그 일치 사상을 예수의 마지막 모습에서 상징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제 나의 종은 할 일을 다 하였다. 높이높이 솟아 오르리라』(이사53, 13). 고통받는 주님의 종의 네번째 노래이다. 주님의 종으로 간택된 예수의 승리는 어떻게 드러날것인가. 지금까지 악행을 저지른 자들을 쳐부수고 징벌을 내리실 것인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의 표는 용서이다. 주님의 직제자들인 사도들도 이 묘리를 깨닫고 스승 예수의 수고 수난의 뜻을 박해자들에 대한 용서에서 되찾았다.
사도 베드로는 유대인들에게 설교하면서 그들이 예수들 잡아 죽인 것은 무지의 탓이며 지금이라도 회개하고 하느님께로 돌아 오라고 호소하였고(사도3, 17~18), 스테파노는 박해자들에게 돌로 맞아 죽으면서 무릎을 꿇고 큰 소리로『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지우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며 죽었다(사도 7,60).
사도 바울로는 아브라함의 후손이라 부르며 유대인들에게 예루살렘의 지도자들과 시민들은 예수를 알아 보지 못하고 그를 단죄하였는데 실은 그들이 예수를 죽일만한 아무런 근거도 찾지 못하고 빌라도를 졸라서 예수를 죽이게 하였다고 설교 하였다(사도 13, 27~29)
세상의 군주들이 하느님의 심오한 지혜를 깨닫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만일 그들이 그 지혜를 알았다면 영광의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지는 않았을 것이다(고린전2, 7~8).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무지의 죄뿐이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해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라』(마태5, 44)라고 가르치셨고『너희에게 악담하는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리고 너희를 모함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라』(루가6, 28)고 하신 말씀이 헛구호가 아니 었음이 초대교회에서 현실로 드러났다.
예수께서는 십자가에 높이 달려서 온 세상을 내려다 보시며 마지막 기도를 올리셨다『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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