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남2녀 중 셋째인 박명호(가명ㆍ그리산도ㆍ40세)씨는 유아세례를 받았다. 아버지만 신앙을 갖지않았을 뿐 형제들은 어머니의 정성에 힘입어 모두 어려서 세례를 받거나 유아세례를 받아 비교적 좋은 신앙적인 환경에서 자라왔다.
주일학교에 열심히 다녔고 일찍 복사단에 들어 또래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박시가 중3이 되던해 소도시였지만 성당과 가까운 시내에 살고 있던 박씨 가족은 갑자기 대도시로 이사를 해야했다. 직장생활을 하던 박씨의 부친이 대도시로 발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씨는 전학이 어려워 혼자 남아 계속 학교를 다녀야 했다. 어쩔수 없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친척집에서 통학을 해야했고 예상치 못한 외로움에 부닥쳐야만 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주일이면 성당에서 살다시피 했지만 어머니와 형제들이 없는 성당은 박씨에게 큰 위안이 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성당이 예전같지 않아서 일까? 차츰 박씨는 주일이면 성당을 찾기보다는 가고 오는데 몇시간을 소비하며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집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박씨에게 주일은 성당에 가는 날이 아니라 힘들고 피곤하지만 집에 갔다오는 날로 바뀌어 버렸고 자연 냉담의 길로 들어섰다.
근 1년 가까이 성당을 멀리하던 박씨는 집이 있는 대도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옛날과 같이 가족들과 함께 살게됐고 집 가까이에 잇는 성당을 찾게 됐다.
그러나 예전의 성당이 아니었다. 우선 든든한 후원자이던 형과 누나가 없었고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는 친구가 없었다. 무엇보다 지난 1년동안 가족과 떨어져 있으면서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해있었다.
어머니의 감시 때문에 주일미사만 간신히 다니던 박씨는 2학년이 되면서 주일학교 고등부에 들게 됐다. 그러나 박씨는 본당 학생회에 적응할 수 없었다. 오래전부터 함께 지내온 기존 회원들의 마음속에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고 말한다. 어쩌다 사소한 폭력사건에 휘말려 성당 어른들께 창피를 당하고서는 또 다시 냉담길에 들어섰다.
대학생이 되고서는 교리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고등부 학생회 출신이 이미 선점이고 기득권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그래도 교리교사를 할 수도 있었지만 비슷한 처지(신영세자나 전입온 신자)의 주변 사람들을 모아 대학부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포용성 있는 단체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이것도 얼마 안가 해체되고 말았다. 본당 신부나 수녀의 이해 부족에서 인지 대학부의 일이라는 것이 교리교사회의 주변을 맴돌면서 그들의 뒷치닥거리나 하는 정도였다. 어쩔수 없이 통합하자는 의견도 제시해보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무산되고 말았다. 자연 대학부의 활동은 위축되고 창립된지 1년도 안돼 해체됐다.
냉담과 신앙생활 재개를 오락가락하던 박씨는 대학졸업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또한번 단체에 가입하게 된다. 자선활동을 목표로하는 단체였지만 활동보다는 친목에 더 비중을 두고 있었다. 박씨는 다시한번 갈등에 빠지게 됐다. 친구가 필요했거나 사업상 대인관계를 넓혀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졸지에 자신도 그런 부류에 휩쓸리고 만것이다.
『신앙생활이 꼭 단체활동을 수반해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활동을 통해 신앙이 성숙되고 사랑을 실천하는 참 신앙인이 되는것 아닙니까? 본당의 제 단체가 존재하는 이유도 함께 모여 기도하고 힘을 합쳐 이웃과 보다 더 큰 사랑을 나누기 위한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 교회의 많은 단체들은 친목단체의 수준을 못벗어나는 것 같아요. 기도 보다는 주회(酒會)를 통한 친목도모나 일상사에 대한 관심나누기가 더 중요한 것 같고, 선행은 몇푼의 돈으로 땜질하려 하지요. 그러다 보니 끼리끼리의 만남이 편하고 이방인에 대한 관심과 포용은 뒷전이지요』
박씨는 스스로를 냉담자라고 보지 않는다. 가끔 생각날때면 성당을 찾고 신앙인의 자세로 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간적인 상심으로 종종 성당을 멀리해왔고 지금도 최소한의 주일의무도 지키지 않을 뿐 아니라 판공성사도 궐한지 4년이 넘었다. 『언젠가는 다시 시작해야죠. 그러나 솔직히 공동체에 뛰어들어 신자들과 부대낄 것을 생각하면 부담스럽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