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려자들에 대한 배려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예수 자신이 바로「행려자」였기 때문이다. 사실 예수는 행려자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신 분이다. 그런 예수가 이땅에 내려온 기쁨의 성탄절, 이번 상탄절에는 바로 이웃에 있는 행려자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경기도 하남시에서 버스를 타고 광주 방향으로 구불구불한 왕복 2차선의 국도를 따라 10여분 남짓을 가다보면 행려자들의 생활공동체가 나온다.
경기도 하남시 상산곡동 125~18의「작은 프란치스꼬의 집」(원장=오이순수녀ㆍ성모영보수녀회)에는 지체장애와 정신지체 등의 복합장애를 가진 22~80세까지의 무의탁 남성 행려자 22명이 수녀 3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작은 프란치스꼬의 집에는 인근 하남시의 청년레지오와 서울에서 오는 자원봉사자들이 가끔씩 들러 도움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수녀 3명이 성인남자 20여명을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런 여건 가운데에서도 작은 프란치스꼬의 집 수녀들은 목욕및 세탁, 취미생활지도, 식사, 청소 등의 궂은 일을 아무말 없이 해내고 있다.
수녀들의 이러한 헌신적인 노력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작은 프란치스꼬의 집에는 하루 평균 2~3명의 행려자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수녀들은 이들을 어쩔 수 없이 돌려 보내야만 한다. 작은 프란치스꼬의집 원장 오이순 수녀는 협소한 공간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지금의 시설로는 많은 행려자들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보다 많은 행려자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아직은 여건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건평 47평에 방 다섯, 부엌 하나, 욕실 하나가 전부인 작은 프란치꼬의 집으로서는 22명의 성인 남자들이 생활하기에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그나마 있는 숙소도 재래식으로 지여져 아무리 보일러 시설을 잘해 놓아도 찬바람이 방에까지 들어와 춥기는 매한가지이다. 집안팎으로 손볼 곳도 한두곳이 아니다. 처음에는 수녀들이 직접 연장을 들고 그때 그때 수리를 하곤 했지만 워낙 손볼 곳이 많아 이제는 아예 포기한 상태다.
비록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작은 프란치스꼬의 집 식구들은「집」고유의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삶의 행복을 맘껏 누리고 있다.
『처음에 이곳에 올 때에는 우울증으로 말을 않던 사람도 이내 얼굴에 웃음을 되찾고 활발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프란치스꼬의 집에는 일이 있고 친구가 있고 사랑이 있다. 사회에서 소외된 행려자들의 유일한 안식처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작은 프란치스꼬의 집에는 식구들의 웃음소리가 항상 끊이지 않는다.
카셋트에서 나오는 성탄캐럴에 맞춰 춤을 추는 한 행려자를 바라보는 수녀의 얼굴에는 예수를 닮은 이들과 함께 하는 충만한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곳에도 의탁할 곳 없는 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 주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위의 이웃들을 잊고 살아갑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작은 것들을 나누는 마음이 아쉽습니다.』
*도움주실분=국민은행 004-01-0526-872 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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