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축제의 대림절이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 참된 의미가 바래지고 있다.
정치권의 비리와 12.12, 5.18 등 과거 청산문제로 나라 전체가 어수선한 가운데 소외받는 이들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어른들이 욕심과 이기심으로 가득찬 위기의 대림절을 보내는 동안 순수한 동기와 마음을 가지고 같은 또래의 소외되고 외로운 친구들을 찾은 한 고등학교 여학생들의 이야기가 세밑에 훈훈한 정을 더하고 있다.
12월 16일 오후 2시 경기도 의왕시 고천동 430「서울 소년원」강당에서는 3백여명의 소년원 원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명여자고등학교(교장=오세향 수녀, 사랑의 씨튼수녀회) 여학생들의「95성탄축제」가 열렸다.
외부인이 발길이 뜸한 이 곳의 쇠창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소명여자고등학교 여학생 1백 80여명은 이날 같은 또래의 소년원 남자원생들에게 그동안 특활시간을 통해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펼쳐 보였다.
대부분 결손가정 출신으로 사랑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서울소년원 원생들에게 이날 소명여고 여학생들이 보인 사랑은 기성세대가 소년원생들을 바라보는 굴절된 편견을 무색케 했다. 그래서 소명여고 여학생들의 이날 공연은 사물놀이,합창, 피아노연주, 시낭송, 기타연주 등 여느 성탄 축제와 다름없는 프로그램으로 치뤄진 평이한 것이었지만 소년원 원생들에게는 그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그들에게 그것도 같은 또래의 여학생들이 찾아와 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들은 행복해 했다.
원생들 중에는 국민학교를 갓 졸업한 듯 어린나이의 원생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아직 앳된 얼굴을 감추지 못한 이들은 소명여고 학생들의 안내에 따라 함께 노래를 부르며 동질감에서만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을 마음껏 맛보았다.
그들 나름의 축제는 이렇게 아름다웠다.
『틈틈히 배워 익힌 장기를 친구들에게 보여 주고 그들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기쁩니다.』
이날 공연에 나선 소명여고 2학년 김원혜양은 소년원 원생들 앞에 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묻는 질문에 자신과 똑같이 미래에 대해 꿈을 가진 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소명여고 여학생들에게 이날 공연은 물질이 우선하는 사회에서 잃어버릴 수 밖에 없는 사랑의 중요성과 삶의 가치를 체험적으로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서울소년원에는 매주 여의도, 오류동, 청담동 본당신자 10여명이 찾아와 원생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말 동무가 되어준다. 원생들은 이곳을 찾는 신자들을 어머니라고 부른다. 이들에게는 그만큼 말하는 대상과 자신을 생각해 주는 가정이 필요하다. 가정의 따뜻함이 잊혀진지 오래인 이들에게 어머니의 존재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이들 원생들의 어머니가 보여주는 사랑의 실천은 어린 나이에 사회의 나쁜점 만을 먼저 배워버린 이들에게 교회가 어머니의 역할을 담당하고 나서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대림절을 보내는 교회의 신자들은 이제 혼란한 사회상 안에서 휩쓸리기 보다 참된 사랑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의 대림절은 남을 탓하는 것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바로 신자 하나하나가 나서서 각 영역 속에서 가정안에서 사회안에서 교회안에서 사랑을 회복할 때 바로 위기의 대림절은 사랑의 대림, 축제의 대림절로 바뀔수 있다. 사랑의 실천이 없는 형식적인 대림절은 위기의 대림절을 부른다.
부정적인 결과와 문제에 대한 치유는 내면적인 치유로 가능하다. 결국 위기의 대림절은 신자 개개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청소년 문제를 포함한 현재의 모든 사회문제들에 대한 해결은 사랑으로써만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소명여고 학생들은 보여 주었다.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현재의 모든 문제들은 급속하게 이뤄진 공업화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태어난 사생아들이다. 이에 대한 교회내 신자들은 각별한 사랑과 관심이 요청되고 있다.
소명여고의 소년원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오세향 교장수녀는『소년원 원생들이 우리 학생들의 공연을 보고 빨리 학교로 돌아가 공부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청소년들이 사랑을 체험적으로 깨달아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사랑의 의미를 심어주는 것이 바로 기성세대가 해야할 몫』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소년원 원생과 소명여자고등학교 여학생들 모두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는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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