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부터 15일까지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오태순 본부장 신부를 비롯 최용록 신부, 부산교구 송기인 신부, 베트남교회 재건을 위해 성금을 기탁한 은인 등 12명과 함께 베트남을 방문, 변화하고 있는 베트남 사회와 한국교회 신자들의 도움으로 열매맺고 있는 베트남 교회의 발전상을 둘러봤다. 이에 베트남의 현황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베트남의 시계는 적어도 세계각국의 시계보다 두어시간은 빨리 돌아간다. 그만큼 베트남은 경제성장과 개방에 있어 놀랄만한 변화를 보이며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만 20년전 그토록 염원했던 통일을 성취하고 지난 96년부터「도이모이」(쇄신)정책을 도입한 베트남은 개방과 개혁이라는 국가 경영목표 아래 모든 국가 구성원들은 오로지 경제발전에 모든 사활을 걸고 있다. 경제발전이라는 대명제 아래에서는 전쟁도 없고 종교도 없다. 모든것은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해 조재할 뿐이다.
베트남을 방문한 기자의 첫 인상은 바로 이러했다. 비록 9일간의 방문이었지만 우리 일행은 베트남을 보아왔던 이제까지의 시각을 완전히 바꾸어야 했고 두려움 마저 느껴야 했다. 무엇보다 베트남을 돕는다는 교만과 우리가 더 잘살고 있다는 자만감은 당장 걷어 치워야 했다.
겸손과 형제애, 그리고 같은 눈높이의 눈맞춤만이 그들의 진정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동안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베트남내 1백10곳에 지원한 사랑이 이제는 기적이 되어 베트남 전역에서 새롭게 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사랑은 한, 베 양국의 우호와 협력의 끈으로 이어지고 있음도 발견했다.
베트남은 술렁이고 있었다.
프랑스와의 70년 전쟁을 물리치고 골리앗 미국과의 싸움에서 이긴 베트남은 이제 경제개발이라는 명제를 위해 모든 것을 참기로 하고 한길로 내닫고 있는 듯했다.
베트남 방문단 일행이 베트남에 도착하던 날 쿠바의 카스트로 대통령이 사회주의 국가이면서 성공적인 개방정책을 이끌어낸 베트남을 배우기 위해 중국을 거쳐 하노이와 사이공을 방문했다는 베트남신문을 봐도 베트남은 정작, 사회주의 국가로서는 드물게 개방에 성공한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하노이를 비롯한 북부지방이 우리나라와 약 25년 정도의 경제적 격차를 보이고 있고 남쪽 호치민지역은 약 20년 정도의 차이가 나고 있다지만 그것은 과거에 국한될 뿐이다.
석유와 사탕수수, 고무, 수산자원, 세계3대 쌀 수출국, 비교적 높은 학력수준, 근면성 등 베트남이 갖는 경제성장 잠재력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기에 외국의 적절한 자본이 투입된다면 베트남 경제는 가속력이 불어 앞으로 10년 정도면 경제성장의 본궤도에 진입, 한국을 따라 잡기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현지에 나와 있는 교민들의 얘기이다.
약3년전만 해도 거리에는 자전거가 홍수를 이루었지만 이젠 모든 거리는 오토바이로 채워졌고 앞으로 3년후면 자동차로 가득 차게 될 것이란 추측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급속한 경제성장을 할수있었던 배경에 대해 베트남 주민들은 현 베트남 사회주의 인민공화국의 도무이 서기장이 제창한「도이모이」정책이 국가 전반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최근 73세의 도무이 서기장은 공식석상에서『국가 정책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낼 수 없는 것은 낡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자신을 비롯해 자신보다 3살아래까지 모두 사표를 쓰자』고 했을 정도로 베트남은 위로부터의 개혁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몇년전부터 종교계를 무조건 탄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종교계도 국가 경제발전에 한축을 맡긴다는 전략아래 모든 종파들을 국가에서 적절히 관리하는 방안을 구사하고 있다.
베트남 종교 중앙위원회라는 최상위 종교위원회를 두고 지방마다 각 지역 종교위원회를 두어 이를 통해 종교단체의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
종교활동을 적절히 보장해 주는 대신 국가 정책에 전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제도는 불교와 천주교 등 각 종파지도자와 정부관계자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번에 베트남 방문단도 베트남 종교위원회의 초청으로 이뤄졌을 만큼 그 영향력은 막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베트남측 상담역을 맡고 있는 판칵트 신부(호치민 본슈 아본당)의 경우 비례대표제의 천주교측 할당에 따른 2명의 국회의원중 한사람으로 종교도 국가 발전에 적절히 동참하고 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베트남 정부와 천주교측과는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프랑스에 의해 가톨릭을 알게된 베트남으로서는 70년간의 식민지배를 곧 가톨릭교회의 연장선상으로 떠 올리며 사사건건 간섭하고 많은 곳에서 제약을 두고 있다.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신품성사를 받을 수 있고 신부의 사목지 이동, 신학교 입학시 등에는 정부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부자유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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