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봉사를 한지 어언 2년이 다 돼갑니다. 처음 신부님께서 부르셨을 때, 얼마나 당황스럽고 자신이 없었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다른 봉사자들보다 신앙이 깊지도 않았고, 잘 알지도 못했던 터라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태중 교우로 60년간 냉담은 한 번도 안했던 터라(?) ‘예’라고 답했습니다.
‘일반사회의 단체나 다름이 없겠지’하는 안일함으로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상냥하던 신부님이 스파르타식으로 저를 다그치셨고, 원칙만을 중요시하시는 등 갈등이 있었습니다. 한 3개월 동안 깊은 고민에 빠졌고, 진퇴를 결정해야하는 마음까지 가질 때, 신부님께서 ‘하느님의 정의는 세상의 정의와 다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신앙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해야 한다’고 하시며 많이 배우고 부유한 교우가 많은 본당과, 노인들이 많은 시골본당을 예를 들면서 순명과 겸손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평소에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당당하게 평가받자’라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제가 너무 교만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겸손하게 기다리자’로 생각을 아주 바꿔 버렸습니다.
우리 서정동본당 자랑을 잠시 하겠습니다. 내년에 본당 설립 75주년이 되는 우리 본당은 그동안 오산·송탄·송서·송현·궁리본당을 분가시킨 본당이기도 합니다. 4000여 평의 넓은 부지와 18년 전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현 성전을 건립했습니다. 구 성당은 유치원으로 리모델링해 지역에서도 인기 있는 유치원으로 운영 중입니다.
무엇보다도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며 본당 공동체를 이루는 3800여 명의 교우들이 있습니다. 꼭 일 년 전 군종 신부님이셨던 이승제(요한 세례자) 신부님이 부임해 오셨습니다. 본당 설립 이래 처음으로 군종 출신 신부님을 맞아 모두들 궁금해 했습니다. 신부님은 오시자마자 ‘기도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삼종기도를 모두가 같은 시간에 하기 위해 많은 교우들이 휴대폰 알람시간을 맞춰 기도합니다.
흔히들 성당 봉사는 아무리 잘해도 본전이라고들 합니다. 꼭, 본전은 하겠습니다. 그리고 겸손하게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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