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문화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신자들의 문화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종교적 내용과 다양한 문화를 접목시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가 가톨릭교회에서는 최초로 ‘현대무용’을 선보인다. 그것도 ‘순교’를 주제로 했다.
이번 공연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가 운영하는 대월아카데미 산하 현대무용단 ‘대월 예(藝)’(단장 김선규 수사)의 창단 작품이다. 제목은 ‘평화의 그 순간’. 작품은 ▲고통 ▲무덤 ▲동행 ▲내려놓기 ▲사랑 등 총 5부 14개 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십자가의 길에서 모티브를 얻어 안무를 구상했다는 안무가 박혜원(요세피나)씨는 “세상 사람들 눈에는 순교가 고통스러운 죽음의 길이지만 신앙인에게는 구원에 확신을 갖고 하느님께 향하는 길이기에 순교를 평화로 해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순교라는 무거운 주제와 추상적인 현대무용의 만남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기에 충분했다. 순교자들이 경험했을 ‘고통’에 초점을 맞춘 다른 장르의 공연에 비해 이번 공연은 무용수들의 몸짓 안에 순교 영성을 담아냈다. 해석은 관람객들에게 맡겼다. 대사나 상황을 통해 해설하고 답을 알려주기보다는 관객들이 직접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순교 영성’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이 공연의 핵심은 관객들도 공연의 일부라는 점이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순교영성연구소장이자 이번 공연 기획자이기도 한 강석진 신부는 “공연에 대한 평가보다는 무용수들이 펼쳐내는 열정과 몸동작을 따라 같이 호흡하길 바란다”며 “그러다 보면 먼저 가슴으로 공감하고 이해로 풀어지면서 깊이 있는 내적 영성을 찾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월 예(藝)는 지난 5월 창단된 현대무용단으로, 전공자와 비전공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단장 김선규 수사는 “믿을 교리를 문화적으로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대월아카데미도, 대월 예도 시작하게 됐다”면서 “대월아카데미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서로 접목해 또 새로운 교회문화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평화의 그 순간’은 20일 오후 8시 서울 새남터성당 대성전에서 초연된다. 이어 22~23일 오후 4시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CYC) 극장에서 공연한다. 20일 공연은 자율티켓을 배부하며, 22~23일 공연은 전석 2만 원. ※문의 02-762-2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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