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단내성가정성지(전담 이정철 신부)에서 이천지구 순교자현양대회가 열리던 날, 노란 조끼를 맞춰 입은 봉사자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32벌 조끼를 마련한 주인공 사승희(율리안나·용인대리구 이천본당)씨. 성지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사씨의 열정이 또 한 번 발휘됐다.
“10년 전,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됐어요. 이후 집집마다 찾아가며 지역 교우들과 친분을 쌓았지요. 그러다 발길이 성지까지 닿게 됐어요. 그 인연의 시작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사씨는 바느질로 직업을 갖거나, 바느질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었다. 바느질로 봉사활동을 한 경험도 전무하다. 그저 성지에 도움이 되고 싶어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작업에 뛰어들었다.
“집에 조끼 옷본이 있기에 선뜻 제가 해보겠다고 저질러 버렸어요. 본을 두고 따라 만들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어렵기만 했지요. 계속 기도를 하며 작업에 열중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니 주님께서 계속 함께해 달라’고 기도 했어요. 결국 순조롭게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쁩니다. 다 마치고 나니 이 모든 것이 제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밖에도 사씨는 성지 내 방석을 만들기도 하고, 남편과 차량봉사에 나서며,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성지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또한 이천본당에서는 8년째 지역장을 맡고 있다. 사씨가 살고 있는 지역은 거주지 간 거리가 멀어 반모임을 여는 것 하나도 품이 더 들어간다. 그래도 사씨는 털털한 웃음으로 웃어넘긴다.
“성지 주위에 사시는 분들 모두 열심히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일 뿐입니다. 서울에 거주할 때 발바닥 신자였다면, 요즘에는 발바닥에 땀나도록 열심히 뛰어다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투박한 사씨의 말투에는 겸손함과 성지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다. 이러한 애정이 사씨의 봉사활동의 원동력이다. 앞으로도 성지에서 도움을 요청한다면 승낙하겠냐는 물음에 사씨는 주저하지 않고 ‘네’라고 답했다.
“네, 해야지요. 오늘 보니 전례복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부님께 가서 화사한 것으로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말씀 드려야겠어요.”
사씨에게 새로운 미션 하나가 주어졌다. 사씨는 또다시 바느질을 시작할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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