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본당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사제가 되신 성 김대건 신부님입니다.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시고, 프랑스 모방 신부님으로부터 신학생으로 발탁돼 마카오에서 사제품을 받으신 후 사목하시다 성인품에 오르신 뜻 깊은 성자, 김대건 신부님이 바로 우리 성당 안에 있습니다.
우리 본당은 박해를 피해 산속으로 모인 신자들과 함께 모방 신부님이 1836년 4월 미사를 봉헌했고 이때 공소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1927년 본당으로 설정돼 3번의 성당을 봉헌한 것이 오늘날 양지본당입니다. 이곳에서 칠순이 다 되도록 살아온 제가 지금부터 제 이야기를 조금 하려고 합니다.
결혼 후 4년, 건강했던 저는 31살의 나이에 시신경이 말라 들어가 실명위기에 처했습니다. 손에 돈을 놓고도 구별을 못했고, 3~4m 앞에 있는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세월을 4년이나 보내면서 주님께 매달렸고 주님을 부르며 헛맹세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저는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물체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습니다. 1986년 주님 부르심에 응답해 맡은 직분에 최선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주님께 매달리면서 맹세했던 기억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성당은 빠지지 않고 다녔으나 ‘신앙 따로, 행동 따로’였습니다. 2004년 다시 부름을 받았을 때, 오래 전 맹세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되살아났습니다.
저는 ‘네가 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선택한 것이다’(요한 15, 16)라는 주님의 말씀을 항상 생각합니다. 총회장으로 부름 받았을 때, 거절은 엄두도 못 냈습니다. ‘내 일이라는 마음으로 후회 없이 해보자. 누가 뭐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일치를 이루겠지’하는 마음으로 봉사한 결과, 주님께서 제게 은총을 주셨음을 알게 됐고, 기쁘게 생활할 수 있는 마음의 평온함을 주심에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봉사하면서 인정과 사랑을 받고자하는 집착 때문에 내 안에 주님을 몰아내고 그 영광된 자리에 온통 나만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봅니다. ‘남이 나로 인해 지은 죄까지도 용서해 주라’는 어느 강사의 말씀을 항상 기억하면서, 봉사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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