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쟁 상황 속에서도 순방 취소 고려 안해
교황의 이번 순방은 특히 시리아 내전, 리비아에서의 미국 대사 피살 사건까지 겹치면서 그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실제 교황청에서는 이러한 긴박한 사태 진전이 순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계속 말해왔다. 교황 자신도 순방길에 가진 기내 인터뷰에서 직접 “누구도 이번 순방 취소를 건의하지 않았고, 나 자신도 취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긴장과 갈등 상황이 복잡해질수록 순방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황은 즉 폭력이 만연할수록 오히려 ‘형제적 격려와 연대의 징표’가 더 필요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 것이다.
■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교황은 16일 오후 레바논을 떠나면서 반드시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희망했다. 교황은 금요일부터 주일까지 사흘 동안 이어진 순방에서 레바논의 주요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포함해 분주한 일정을 소화했다. 교황이 베이루트에서 로마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교황의 과감한 순방은 적지 않은 열매를 거뒀다는 평이다. 그는 “이렇게 어려운 때에, 아랍은 물론 전세계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이 평화를 건설하는데 있어서 하나로 일치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교황은 특히 레바논이 중동지역에서 해야 할 특별한 역할을 강조하고,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 중동 평화의 해법은?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번 순방을 통해서 중동 지역에서 평화를 회복하고 정착시킬 수 있는 해법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자신의 성찰을 보여주었다. 교황은 기내 인터뷰에서 특히 중동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근본주의적인 종교에 주목했다. 교황은 종교의 근본 메시지가 폭력에 대한 반대임을 분명히 표명하고 “대화, 화해와 평화를 증진하는 것은 교육, 그리고 양심의 조명과 정화”라고 단언했다.
교황은 이른바 ‘아랍의 봄’에 대해서 그것이 민주주의, 자유, 새로운 아랍의 정체성에 대한 열망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하지만, 결고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서로에 대한 ‘관용’의 정신임을 일깨웠다. 이번 순방에서는 물론, 2010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중동 특별총회의 후속문헌인 ‘중동 교회’를 통해서도 교황은 구체적인 정치 상황에 대해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세속주의와 근본주의적 종교의 경향에 대한 우려와 경고, 어떤 경우에도 잃어서는 안 되는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에 대한 존중, 서로에 대한 관용과 연대의 징표 등에 대해 폭넓게 언급함으로써 결국 문제의 해결은 근본적인 인간 양심의 정화와 회복에서 찾을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
■ 무기 수입은 중대한 죄
교황이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무기의 거래이다. 교황의 기내 인터뷰에서도 이는 다시 한 번 명확하게 표명됐다. 즉 무기 수입은 ‘중대한 죄악’(a grave sin)이라고 규정했다. 교황은 무기 대신에, ‘사상, 평화와 창조성’의 위대한 인간 정신 활동을 수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가 상대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종교에 대한 존중과 함께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인간에 대한 존중, 모든 종교의 근본 요소로서의 이웃에 대한 사랑이 곧 중동은 물론 전세계 어느 곳에서든 평화를 회복하고 수호하는 근본적인 요소임을 교황은 지적한다.
■ ‘평화의 순례자’
교황의 이번 순방 목적은 우선 직접적으로는 2010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중동 특별총회 폐막에 따른 교황 후속권고문의 서명과 발표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헌의 발표를 포함해 중동 지역의 분쟁과 갈등 양상을 극복하고, 모든 종교인들이 참된 평화를 위한 노력에 한마음으로 동참하도록 촉구하는 평화의 메신저로서 교황은 여겨지고 있다.
교황은 베이루트 공항을 내려서 처음 한 연설에서 바로 이 점을 강조하면서, 자신은 ‘평화의 순례자’로서 레바논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교황은 나아가 레바논을 넘어서 중동의 모든 나머지 지역의 평화를 기원하며, “평화의 순례자로서, 하느님의 친구, 어디서 태어났고 무엇을 믿는지에 관계없이 이 땅의 모든 나라 주민들의 친구”로서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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