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 탁켓교구 성루이스주교좌성당에 180여 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목에 각 조를 상징하는 색 리본을 걸고 강당에 앉아 있는 아이들 모습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교구 내 본당 주일학교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구 차원으로 15세 이상 청소년 대상 유스캠프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지만 10~14세 청소년들을 위한 교리 프로그램은 이전까지 없었다.
캠프에 처음 참석한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서먹한 분위기를 깬 것은 음악과 춤이다. 유스캠프 봉사자들이 무대에 올라와 캠프 주제음악과 춤을 보여주자 아이들도 이내 따라한다. 서로 부딪치며 엉키면서 마음의 문도 열렸다.
▲ 아이들은 노래와 춤을 통해서 마음의 문을 열며 캠프에 빠져들었다.
캠프 둘째 날, 탁켓교구장 존 메리 비안네 주교 주례로 봉헌된 개막미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아이들은 ▲아담과 이브 ▲아브라함과 자연 ▲10계명 ▲보속 등 4가지 포스트를 돌아가며 사제와 교리교사들의 강의를 들었다. 시청각 자료도 없는 강의가 지겨울 법도 하지만 눈을 반짝이며 강의에 집중했다. 본당에서도 자주 접할 수 없는 교리교육이기에 캠프에서의 이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너무 소중했다.
캠프의 하이라이트는 셋째 날이었다. 오전에는 한국에서 온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대표 차풍 신부)와 함께했다. 풍선 게임과 북아트도 하고, 영어 노래와 우쿨렐레도 배웠다. 오후에는 탁켓 내의 동굴과 사원에서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시 성당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그동안 캠프에서 느꼈던 것들을 저마다 연극과 춤, 콩트 등으로 선보였다. 아이들은 아이들이었다. 교리 시간 내내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던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끼를 최대한 선보였다. 친구들의 모습에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한국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가 준비해 온 풍선 게임을 신나게 즐기고 있는 아이.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God is Love)를 주제로 마련된 이번 캠프는 청소년을 위한 교회 프로그램이 마땅치 않다고 판단한 탁켓교구 청소년사목담당 로 신부가 기획했다. “교회가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캠프의 취지를 전한 로 신부는 봉사자들과 함께 일 년간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덕분에 아이들은 즐기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깨우칠 수 있었다.
마지막 날, 바시 예식으로 캠프의 모든 프로그램이 끝났다. 헤어짐을 앞두고 서로의 건강과 성공, 행운을 빌어주는 바시 예식을 하면서 아이들은 짧은 시간 정들었던 또래 친구들과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캠프에 참가한 깨(11)군은 “친구들도 만나고 교리공부도 할 수 있어서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이제 친구, 형, 누나들하고 헤어져야 해서 슬프다”면서 “내년에도 또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각 마을로 돌아가는 차를 기다리면서도 아이들은 헤어짐이 못내 아쉬워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헤어짐의 순간, 내년에 또 만날 것을 기약했다.
▲ 기도시간만 되면 두 손을 곱게 모으고 하느님과 대화를 청하는 아이 모습이 예쁘다.
▲ 탁켓교구 제1회 유스캠프 참가자 단체사진.
※후원문의
611-021623-479
(예금주 꿈꾸는 카메라, 외환은행)
■ 꿈카 in 라오스 - 탁켓교구 청소년사목 담당 로 신부
“꿈카 프로젝트 활동 보며 깊은 감명 받았습니다”
▲ 로 신부
그는 유스캠프뿐 아니라 청소년 사목 활성화를 위해 오래전부터 관심을 기울였다. 현재 교구 청소년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히오와 바우를 선발해 필리핀 몽다시오에 보내 1년 과정의 청소년 리더십교육을 받게 했다. 이들이 지난해 돌아오자 더 많은 교구 내 청소년 리더들을 뽑아 이번 유스캠프를 준비했다.
“그동안 몇 개의 본당이 모여 캠프를 진행했지만 교구에서는 유스캠프를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이 돼 있지 않았어요. 지난해 히오와 바우를 비롯한 청소년 리더들이 모이면서 이번 캠프가 가능했다고 봐요.”
그는 또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 차풍 신부에게 유스캠프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교회 젊은이들의 역동성과 깊은 신앙심을 라오스 청소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해 처음 만나고 꿈카 프로젝트의 활동을 보면서 감명 받았어요. 한국이 아닌 라오스까지 와서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더 많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초청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라오스교회에 필요한 청소년 활동, 유스 캠프의 미래에 대해서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청소년 사목에 투신할 전문 코디네이터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 꿈은 라오스 교회 전체 유스캠프를 기획하는 거예요. 하지만 솔직히 탁켓교구 유스캠프도 내년에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꼭 이런 자리를 또 마련해주고 싶은데 말이죠.”
그는 꿈카 프로젝트와의 인연을 통해서 한국교회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의사도 전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 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 국장 박명기 신부와 교구 청년들이 참여했다는 소식에 반가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국교회의 역동성을 배우고 싶어요. 앞으로도 의정부교구와 꿈카 프로젝트와 교류를 지속하면서 더욱 다양한 청소년 사목 활동을 펼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