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강의실에서 순교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사제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퍼져 나간다. 인원뿐만 아니라 열기로 가득 찬 강의실에서 열심히 필기하며 강의를 경청하는 이들이 바로 전주교구 신앙선조들의 삶을 전하는 전주교구 신앙문화유산해설사회(지도 이영춘 신부, 이하 해설사회) 소속 해설가들이다.
“각 성지별로 순교 영성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교육만 가지고 부족해요. 자기가 실제로 체험을 통해 깨닫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해설사회 고승곤(베드로·66·전주 평화동본당) 회장은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성지에 관한 일반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며 “전주교구의 성지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교리뿐 아니라 당시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례로 전주교구의 순교터들이 전주천을 따라 조성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당시 처형 도구들은 흐르는 물에 씻는 것이 원칙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4월에서 6월과 9월에서 11월은 정말 정신없이 바쁩니다. 치명자산 나바위 초남이에 관광버스만 20여 대씩 몰려오는 데 해설사가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도 자주 있어요.”
지금까지 해설사회는 151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지만 매년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해설사는 이번 교육이 완료된 6기 12명을 포함해 60여 명이다. 숫자를 늘리고 싶어도 순례객들에게 양질의 해설을 전달해주기 위해서 매년 필요한 교육을 이수해야 해설사 자격을 갱신해주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동안 인원 부족은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힘들더라도 교구의 신앙선조들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양성과정을 강화했다. 이제 해설사 지원자들은 4주간의 교육과 1년간의 수습기간을 통해 선배 해설가들과 함께 교안도 짜보고 동행하며 실무를 익히는 과정을 겪게 된다.
“예전에는 교구청 사목국으로 신청이 많이 왔지만 이제는 해설사회나 해설사들에게 직접 연락이 오곤 합니다. 많은 분들이 해설이 좋다고 말씀하셔서 힘이 나요.”
해설사회는 나들목이나 성지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순례자들과 함께 차로 이동하는 ‘여행형’과 성지에 상주하며 해설하는 ‘붙박이형’을 제공하고 있다.
고 회장은 “해설사들이 교통사정과 주차 위치 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행형 해설이 순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해설 신청은 전주교구 신앙문화유산해설사회 카페에 가입해 신청서를 작성하거나 전주교구청으로 전화해 신청하면 된다.
“성지순례와 관광은 분명히 구분되어져야 합니다. 성지는 신앙을 증거하다 돌아가신 분들의 흔적이 있는 곳이니 마음가짐을 바르게 갖고 오셔서 많은 것을 느끼고 가시길 바랍니다.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면 정성껏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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