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어머니로부터 신앙을 이어 받은 나. 어린 시절, 저의 신앙생활을 한번 생각해 봅니다. 집에서 3km거리에 성당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늘 ‘주일미사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참례해야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종종 ‘성당에 간다’ 하고는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미사가 끝나고 집에 올 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와 능청스럽게 ‘성당 다녀왔습니다’하고 인사했습니다.
여러 번 이 같은 소행을 저지르다가 결국 어머니에게 발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희 고향에는 철거된 철길이 있었는데 그 철길이 성당을 가는 길목이었습니다. 늘 하던 대로 철길로 가다 성당으로 가지 않고 여느 때와 같이 다른 길로 빠져 아이들과 놀다가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는 순간, 어머니께서 벼락같은 호통과 함께 매를 들었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어머니에게 거짓행동을 했기에 별다른 항변 없이 매를 맞았습니다. 어머니는 어느 정도 화가 가라앉으시면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저에게 거듭 다짐을 받으셨습니다. 그런 후 주모경을 함께 바치고 점심식사를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제 어머니는 곁에 계시지 않지만 어릴 때 길목을 지켜주셨던 것처럼, 중년을 훌쩍 넘긴 제가 간혹 신앙의 여정 가운데 방황할때면 저의 길목을 지켜 주시고 계심을 느낍니다. 헌신적으로 사랑을 주신 어머니의 모습이 무척 그립습니다.
우리는 이따금 피정 등 여러 신앙교육을 통해 자신의 그릇된 행동과 마음을 비우는 한편, 우리의 부족함을 주님께서 채워 주시기를 기도하며 참된 삶을 살고자 원합니다. 그러나 그런 삶이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바른길을 회피하고 편의와 허욕으로 가득 차 있을 때가 많습니다.
풍요로운 계절 가을에 저와 하느님과의 관계를 정산해 봅니다. 하느님께서는 저에게 평생 마음을 주고 공을 들이시는 분인데 ‘그런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있는지, 기억하고 있는지, 명심하고 있는지’ 묵상해 봅니다. 가을바람에 출렁거리는 ‘벼로 여문 이삭’과도 같이 알차게 황금빛으로 물들어 갈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추슬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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