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문은 언제나 우리에게 열려 있습니다. 이 문에 들어선다는 것은 평생 동안 이어지는 여정을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믿음의 문」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미 신앙의 순례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이 평생의 여정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세례로 시작되고, 마침내 죽음을 지나 예수님께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로 가져다주신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 목적지에 이릅니다.
순례의 길은 그러나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전에는 이 순례의 길이 하느님의 섭리로 인도되는 것으로 여겼지만, 오늘날 우리는 순례 여정에서 자주 이 길이 하느님께로 걷는 길이며, 그분이 세상만사를 돌보신다는 것조차 잊곤 합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필요할 때에만 하느님의 이름을 부릅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하느님의 영역 밖에 머물러 그 나름의 이치로 굴러갈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그저 세상이고 교회는 그저 교회일 뿐입니다. 세상은 하느님의 이치로 셈할 수 없는 딴 세상이라고 여깁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특별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과 「가톨릭교회 교리서」 반포 20주년을 맞는 10월 11일부터 1년 동안 ‘신앙의 해’를 기념하기로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입니다.
신앙인이 신앙을 키우고 간직하는 일을 점점 더 힘들게 만드는 오늘날 세계의 문화적 조건은 우리들로 하여금 더 뜨거운 신앙의 열의를 요청합니다. 그것은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열정으로 이뤄야 할 신앙의 쇄신이고 새로운 복음화의 과제입니다.
신앙 쇄신의 요청은 공의회로부터 이미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공의회에서 발해진 시대적 요청에 대한 응답을 「가톨릭교회 교리서」에 담아 쇄신의 준거로 삼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신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신앙의 여정을 다시 발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다가온 ‘신앙의 해’는 그 여정에 필요한 성찰을 집중적으로 하기 위한 다짐이자 첫 발걸음입니다.
교황님께서 신앙의 해를 선포한 자의교서 「신앙의 문」(Porta Fidei)에서 당부하시듯이, “우리가 고백하고, 경축하며, 실천하고, 기도하는 신앙의 내용을 재발견하고, 신앙 행위를 성찰하는 것은 특히 이 신앙의 해에 모든 신자들이 짊어져야 할 책무”입니다.
그렇습니다. 신앙의 해는 “온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이신 주님을 향하여 참으로 새롭게 돌아서라는 초대”입니다. 바야흐로 개막되는 신앙의 해가 이 초대에 응답하는 기꺼운 수락의 자리가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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