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불우청소년 교육을 위해 전 재산과 열정을 쏟아가며 야학교사로 봉사했던 대구 신일나눔학교 김창묵(가밀로.53.용계본당) 교장이 3월 11일 오전 선종했다.
김씨는 1972년 대학재학 시절, 대구 동구 신암동에 야학 「청년교실」을 열었다. 무료로 중등과정 교과목을 가르치며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었다.
물려받은 재산으로 주유소, 인쇄소 등을 운영하며 야학운영비를 마련했고,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에게는 쌀과 입학.등록금까지 보태기도 했다. 하지만 IMF 때 사업부도를 맞아 월세방을 전전해야하는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 가운데서도 김씨는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참된 스승으로서의 사랑을 베풀어왔다. 한결같은 봉사의 삶을 살아온 그는 「야학의 등불」, 「인간 상록수」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방광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김씨의 투병생활로 야학도 더이상 운영하기가 어려워 8월 30일 제31회 졸업식을 끝으로 문을 닫게 됐다. 그간 모두 44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380여명의 교사들이 야학을 거쳐갔다.
올해 2월초 병이 재발, 여생이 한달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투병해왔다. 고통이 커갈수록 하느님께 대한 김씨의 믿음은 강해졌다. 그의 홈페이지(www.camilo.or.kr)를 보면, 십자가의 이치에 대해 묵상한 내용들이 잘 드러나고 있다.
부인 서영숙(임파.54)씨는 『남편은 늘 하느님의 도구로 쓰이길 기도했고, 자신의 고통을 통해 하느님께서 영광을 드러내실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다』고 말하고 『그러한 믿음으로 힘들수록 성서를 읽고 기도하면서 고통과 어려움들을 묵묵히 견뎌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가 가족들에게 항상 강조했던 말은 『겸손하라』. 학교 교훈 역시 『겸손하라』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듯」 항상 드러내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저는 뜻밖에 겸손을 만났습니다. 이 겸손은 제가 얼마나 세상을 잘못 살아왔는지 일목요연하게 알게 하였습니다. 얼마나 교만에 빠져서, 또 얼마나 죄를 많이 짓고 부끄럽게 살아왔는지 알게 하였습니다. 나의 존재에 대해서, 삶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살아야 바르게 사는 것인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홈페이지 중에서).
큰딸 소희(27.아가다)씨는 『아버지를 존경했다.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 뜻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버지는 삶 안에서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시는 삶을 충분히 드러내셨다고 생각합니다』
고인의 장례미사는 13일 오전 9시30분 용계성당에서 봉헌됐으며, 유해는 경산 장미공원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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