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땅, 복음으로!”
친애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교황 성하께서 공표하신 보편교회의 ‘신앙의 해’와 함께 수원교구 설정 50주년의 역사적인 희년을 개막합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희년은 2013년 12월 마지막 주일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교구의 첫 희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은 교구의 지난날을 성찰하는 가운데 신앙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확립할 때입니다. 본 교구장은 이 희년이 우리 교구와 사회에 하느님 나라를 앞당기는 도약의 전환점이 되길 바라며, ‘수원교구민의 영적 쇄신’의 염원을 담은 이 사목교서를 반포합니다.
1963년 10월 7일 바오로 6세 교황성하의 칙서 [최고의 목자] 반포로 설정된 수원교구는 외형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서울대교구에 이어 두 번째 큰 교구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구의 급속한 외적 성장 이면에는 극복해야 할 적지 않은 과제가 상존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활기찬 교회의 모습과는 달리, 내적으로는 심각한 신앙의 갈등과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오늘날 한국사회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그 문명의 변화로 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으며, 교회에도 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물결과 함께 경제적 불평등과 소외현상이 확산되면서 실업과 빈부격차가 극대화되고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물질만능주의는 인간의 본질적인 내적가치, 곧 정신적, 윤리적, 신앙적 가치를 외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생명경시풍조 등으로 대변되는 ‘죽음의 문화’는 확산일로에 있습니다. 이 밖에 청소년 폭력, 인권 침해, 소통의 부재, 환경파괴 등은 인간의 품위와 존엄성을 해치는 형태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전반적 상황은 그리스도인이 신앙생활을 영위하는데 큰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신앙이 종종 삶의 본질적 기준이요 목적이 아니라, 부차적이며 사교적인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며, 신자로서 해야 하는 몇 가지 의무를 형식적으로 수행하는 것에 만족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신앙 따로, 삶 따로’의 신앙생활은 우리를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묵시 3,16) 신앙인으로 전락시켜 버립니다. 그리스도 신앙이 우리 교우들의 삶 안에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교구 공동체가 한 단계 성숙한 교회로 발돋움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교구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일체가 되어 영적으로 쇄신되는 일입니다. 그동안 우리 교구가 교회 활동의 외적인 부분에 관심과 노력을 쏟았다면, 이제 교회 신앙선조들의 열정적인 신앙심을 본받아 초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신앙의 본질에 충실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이 되는 오는 10월 11일부터 2013년 그리스도왕대축일(11월 24일)까지를 ‘신앙의 해’로 선포하고 “온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이신 주님을 향하여 참으로 새롭게 돌아서야 한다”는 말씀으로 초대하십니다. 이 권고는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는 우리에게 다시금 그리스도께로 눈을 돌리고, 신앙의 내적 성숙을 이룰 것을 요청합니다. 오늘 우리가 추구해야 할 내적 성숙의 길은 각자가 “신앙의 여정을 재발견”하여 “그리스도와 만나는 기쁨과 새로운 열정”을 되찾는 데에 있습니다.
본 교구장은 교구 설정 50주년을 우리 모두의 ‘영적 쇄신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해’로 선포합니다. 이를 위해 교구에서는 교구민의 실천운동으로서 “잘 섬기겠습니다!” 영성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의 중심에는 우리 교구가 전통적으로 굳게 지켜온 3대 신심, 곧 ‘성체·성모·순교자 신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섬김’이라는 가시적 실천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기쁨과 희망을 선포하는 하느님의 사람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따라서 수원교구민은 “잘 섬기겠습니다!” 운동을 삶 안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는 문화 안에서 신앙을 새롭게 발견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영적 쇄신은 우리 교구가 ‘새 복음화’를 실현하기 위해 제시한 구체적 사목 방향, 곧 ‘소공동체 활성화’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가정성화’ ‘사회복음화’에 새로운 활력과 숨결을 불어넣게 될 것입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우리 교구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 성모님께서 우리가 노력하고 있는 모든 거룩한 주님 사업이 풍성한 기쁨과 희망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느님께 전구하여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2년 10월 5일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