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교구 설정 이래로 광주·전남 지역의 복음화를 위해 노력해온 광주대교구가 설정 75주년, 대교구 승격 50주년을 맞았다.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7~14일을 기념주간으로 선포하고 광주대교구가 앞으로도 지역과 시대의 필요와 요청에 응답하여 지역사회와 함께함으로써 ‘세상의 빛’이 될 것임을 재천명했다.
대구대목구에서 분리돼 광주지목구로 설정될 당시 교구 내 본당은 9개, 공소 36개, 신자는 3567명, 사제는 22명(한국인 사제 3명, 골롬반 외방선교회 사제 19명)이었다. 이후 1962년 3월 10일 교황 요한 23세의 승인에 따라 대교구로 승격됐으며, 당시 교구 내 본당은 31개, 신자는 61961명이었다. 현재 광주대교구는 본당 131개, 공소 80개, 신자는 338514명, 사제는 교구 소속 방인 사제만 258명에 이르렀다.
김 대주교는 “우리 광주대교구 모든 교구민은 저희 교구를 이끌어 주신 하느님 사랑에 감사드리며 동시에 모든 이들의 희생과 협력을 기념하는 감사의 축제를 한 주간 동안 가지려 한다”며 “이 축제를 통해 광주대교구는 서로를 향해 한 발 더 다가가고 일치해 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교구장으로서 교구민들과 함께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얼마나 있겠냐”며 교구민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보였다.
- 광주대교구 설정 75주년 및 대교구 승격 50주년 기념 축제 주제어인 ‘우리는 세상의 빛입니다’에 담긴 의미는 무엇입니까.
▲ 우리 교구는 6·25 한국전쟁 이후 미국 가톨릭 원조회를 통해 받은 물자를 지역의 가난한 이웃들에게 식량과 의복 등을 제공하여 어려움과 굶주림을 극복하는데 동참했고 성 골롬반 외방 선교 수녀회가 목포에 세운 성 골롬반 병원을 통해 목포 지역과 인근 섬 지방의 환자들을 치료해주며 ‘빛’의 역할을 하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특히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지역민과 함께 생명을 보호하고 진실 규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정의 수호와 환경 보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교구가 지역의 아픔에 동참하는 것을 보고 그때 당시 많은 외부인들이 어려움이 있을 때 교회를 찾아와 호소를 하고, 교구 주보가 일반인들에게 필독서처럼 읽혀지기도 했습니다. 지역민들이 가톨릭교회에 신뢰심을 가지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찾아온 것은 교회를 암흑 속에 빛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 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가 시대의 징표를 깨닫고 그 지역과 시대의 필요와 요청에 응답해 지역사회와 함께함으로써 세상의 빛이 되어줄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제 교구 설정 75주년과 대교구 승격 50주년을 기념하며 나아가서는 교구 설정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하며 앞으로도 교구와 교구민들이 빛의 자녀로서 우리 지역과 우리 시대의 징표를 깨닫고 응답하여 선과 의로움과 진실의 열매를 맺어 빛의 소명을 다해갈 것을 다짐하는 의미입니다.
- 교구 75주년 역사 속에서 교구 발전에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해야 할 의미 있는 사건 3가지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 첫째로 한국교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며 봉사하고 있는 레지오 마리애의 도입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1953년 5월 31일 시작된 레지오 마리애는 성모신심이 확산되고 로사리오 기도를 열심히 바칠 수 있도록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가난한 이웃과 환자들을 방문하여 쉬는 교우들에게 신앙생활을 다시 할 수 있도록 독려하며 특히 한 집안에 초상이 났을 때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등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의 모습을 통해 선교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둘째로 광주교구가 대교구로 승격되면서 하롤드 헨리 현 대주교님이 대교구장으로 착좌한 것이 대교구로서의 위상에 맞게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현 대주교님의 가장 큰 업적의 하나는 사제 양성 기관인 대신학교 설립이라 보고 싶습니다. 1962년 대교구 승격과 함께 대건 대신학교가 설립돼 광주관구와 대구관구 소속 신학생들이 사제로 양성됐습니다.
셋째로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교구 사제들이 시민들과 함께하고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한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당시 정부와 모든 언론들이 광주 시민들을 폭도요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반란군으로 규정하며 딴 나라 사람처럼 선전했을 때, 광주대교구 사제들은 시민들과 함께했습니다. 이에 연루된 사제들이 일반 시민들과 함께 옥고를 치를 때, 밖에 있는 사제들과 신자들도 지역민들과 함께 사형선고를 받은 민주인사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진실 규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교회에 대한 신뢰로 돌아왔으며 이로 인해 가톨릭교회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고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6·25 전쟁 중 미 대사관의 피란 권고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의 사목을 위해 자리를 지키다 대전에서 총살당한 사제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희생된 사제들이 보여준 ‘믿음’과 ‘실천’이 광주대교구가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이번 축제 동안 교구를 구성하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듣는 시간을 가지십니다. 어떤 시간이 될 것이라 예상하십니까.
▲ 그림은 좀 떨어져서 보면 아름답게 보이지만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결정투성이로 보이듯 교회 내에서 활동하다보면 다소 서운하고 부정적인 요소들을 접한 평신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교회 공동체를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며 활동하는 평신도들이 교회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안해 줄 거라 예상합니다.
수도자들은 자기 수도회의 카리스마와 창설자의 정신이 교구 내 사도직을 통해 큰 결실을 맺길 바랄 것입니다. 그러나 교구가 때로는 그에 적절히 도와주지 못한 부분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유익한 방안들과 건의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사제들과 대화도 역시 교구장으로서의 제반 사목에 있어서 신부님들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이 문제에 대한 좋은 방안들을 제안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동시에 사제의 정체성에 대한 반성과 진단과 바람직한 사목자로서의 미래 방향에 대한 대화가 있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 축제주간 마지막 날 ‘교구 성년’과 ‘교구장 비전’이 함께 선포될 예정입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려주십시오.
▲ 희년을 맞아 교구에 은총의 해가 될 수 있도록, 예를 들면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전대사 은혜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각 지구마다 순례 본당을 지정하여 순례, 기도, 참회, 고해성사, 미사에 참례해 거룩한 해 즉 성년의 은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한 신앙의 해와 연관하여 더욱 확고한 신앙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교육과 각종 피정과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 교구의 영성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한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 동안 교구의 미래발전위원회가 교구 설정 70주년을 맞이했을 때 제안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교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리했습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 교회와 사회에 대단히 필요한 ‘공동체성의 회복’이라는 주제를 구현하는데 힘을 모으고자 합니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작은 공동체를 바탕으로 ‘하나됨의 참 기쁨을 나누는 우리 교구’라는 표어 아래 단기계획(2012~2014년), 중기계획(2015~2017년), 장기계획(2018~2023년)을 세워 ‘공동체성 강화’ ‘청소년과 젊은이들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 ‘소외된 이들과 이주민들을 위한 배려’ ‘사제단의 연대와 지구사목의 강화’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 사목교서를 통해 가정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떤 변화가 느껴지고 있는지, 어떤 점을 더 계획하고 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 우리 광주대교구는 금년에 ‘기도하는 가정 공동체’의 해를 보내며 가족 모두가 함께 자주 기도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가족 모두가 알람을 맞춰 간단한 기도라도 같은 시간에 함께 기도하는 운동을 펼친 본당이 있고, 교구청에서 마련한 가정 기도문을 바치는 본당도 있습니다. 또한 삼종기도 시간에 맞춰 본당 모든 신자들이 함께 기도하는 본당도 있습니다.
내년은 ‘복음을 선포하는 가정 공동체’의 해로, 그 다음 해는 ‘세상에 봉사하는 가정 공동체’의 해로 보내며 가정공동체성의 회복을 신앙적 복음적으로 실행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가정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머무는 지역과 사회에 공동체성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 잘못된 신심이나 신흥 종교로 인해 방황하는 신자들을 회두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먼저 잘못된 신심이나 신흥 종교의 실체를 파악하여 그 폐해를 밝히고 위험성에 대해 알리는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성경 말씀에 대한 교회의 공식적인 가르침과 가톨릭교회 신앙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자신들이 믿는 신앙에 대해 자세히 모르면 상대방의 감언이설에 쉽게 넘어가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참된 신앙의 맛과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계획을 세워 실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기념행사 중 신앙의 해 개막도 함께 합니다. 신앙의 해를 맞아 교구민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십시오.
▲ 우리 신앙의 핵심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이며 구세주라 고백하는 것입니다. 이 고백은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에 대한 기쁜 소식을 우리가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과 자비로 이끌어주신다는 것을 믿는다면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주님의 사랑과 자비의 섭리에 대한 신뢰심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더욱 착실히 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의 삶 모든 분야에서 신앙의 가치가 기준이 되고 신앙의 정신으로 바라보며 복음적인 방법으로 함께 노력합시다. 특히 이제까지 이러한 정신으로 헌신적으로 협력해주고 봉사해준 교우 여러분들, 수도자 여러분들, 신부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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