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장터는 따뜻한 나눔을 불러오는 곳이랍니다. 비록 쉬운 일은 아니지만, 노인들이 하나가 돼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니 얼마나 보람되는지 몰라요.”
오전 8시 30분이 되자 어르신들은 장터를 열고 손님맞이 준비에 들어갔다. 성당 앞마당으로 판매 테이블을 옮기고 창고에서 물품을 내오는 것은 남자 어르신들의 몫이다. ‘영차! 영차!’ 구호 소리에 맞춰 천막을 설치하다 보니 어느새 어르신들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일사불란하게 준비한 덕에 30분 만에 장터는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미사가 끝나자 장터는 신자들로 북적였다. 덩달아 어르신들의 손놀림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수원교구 분당성마태오본당(주임 방상만 신부) 마태오노인대학이 운영하는 나눔장터의 주일 풍경이다. 본당 안에서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를 실천하고자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장터는 어르신들의 책임감 있는 운영으로 본당 신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어르신들의 장터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마태오대학 학생회장 최은자(헬레나·75)씨는 “처음에는 ‘잘 운영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최씨는 “현재 본당 신자들의 협조와 노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본당의 자랑거리가 됐다”며 “봉사를 통해 삶의 활력과 보람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봉사자 김희실(데레사·72)씨도 “본당 공동체의 나눔 운동에 동참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장터에서 발생한 수익금은 대부분 노인대학 발전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온 수익금으로 본당 교육관 건립 기금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마태오대학 최은옥(데레사) 학장은 “어르신들은 봉사를 통해 본당과 노인대학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좋은 일에 사용한다고 생각하니 판매하는 사람도, 구매하는 사람도 모두 기분 좋다”고 입을 모았다.
나눔장터에 판매하고 있는 물품들은 본당 신자들로부터 기증받은 재활용품이다. 어르신들은 기증받은 물품을 선별해 장터에 다시 내놓는다. 재활용품이지만 결코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가격도 저렴하다. 물품 대부분은 1,000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다. 질 좋은 물품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입소문을 타고 이미 동네 명물이 됐다. 어르신들은 “장터를 통해 자신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품을 내놓고, 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장터는 본당신자들과 어르신들의 친교의 장이기도 하다. 어르신들은 “장터를 찾은 본당 신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교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날 운동복을 구입하고자 장터를 찾은 허영주(엘리사벳)씨는 나눔장터의 단골고객이다. “질 좋은 물품이 많아 자주 애용하고 있어요. 또 매주 봉사해주시는 친절한 어르신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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