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우리 본당이 설정 20주년을 맞는 해다. 본당 발전과 전신자 일치를 위한 영적 성숙의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나간 20년을 파노라마처럼 떠올리면서 이 글을 쓴다.
1996년 2월, 한국인 사제가 주임신부님으로 부임한 후 본당 신축 계획과 함께 향후 30년간 본당이 나아갈 방향을 단계별로 제시했다. 또한 10년 장기계획에 따라 성당 신축에 장애가 됐던 성당마당을 통과하기로 고시된 소방도로 건설계획을 해지시키는 한편, 성당 설계도면 작성 등 신축을 위한 기반 조성을 마무리했다.
IMF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웠지만 신자 수 450명, 조그마한 시골본당의 모든 신자는 합심해 1999년 가을, 기공식을 갖고 2001년 9월 23일 마침내 뜻 깊은 성당을 하느님께 봉헌했다.
건립 기간 중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만들어 주신 ‘전신자의 일치와 합심’을 통해 짧은 시간 내 부채 없이 아름다운 성당을 지을 수 있었다. 성당 신축을 위해 본당 신자들은 열성적으로 성경공부 모임을 주 1회 실시하며 성경을 필사했고, 레지오 신설 및 신심단체에 가입해 봉사활동을 전개했으며, 미사 전 묵주기도를 봉헌했다.
필자가 총회장이 될 즈음, 본당이 소재하고 있는 가남면이 읍으로 승격됐고 여주군이 여주시로 발전되는 때를 대비해 성당마당을 아스콘으로 포장해 주차시설을 완비했다. 이로써 가남본당은 외형상 많은 발전을 거듭하였음이 틀림없다.
그런데 왠지 내 마음 한구석엔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 언제부터인가 물질만능주의가 성당까지 침투해 영적 삶의 가치가 서서히 빛을 바래가는 것만 같다.
지금 우리는 주님 부활의 더 큰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원죄 없이 잉태하신 성모님’의 간구를 청하면서 완고한 마음의 밭의 잡풀을 뽑아내고, 통회의 눈물로 기도하고 하느님 말씀을 묵상하면서 사랑과 희생과 봉사의 열매를 맺도록 겸허하게 자숙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다.
‘하느님 아버지를 경외하는 자는 무엇을 청하던 이루어주신다’고 말씀하셨으니 겸손과 온유를 다해 주님 안에서 하나가 돼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 일어나 가자. 주님을 또다시 십자가에 못 박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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