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일각에서 나오는 ‘왜 마리아를 믿느냐?’는 질문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일부 개신교 신자들은 천주교 신자들에 대해 일종의 거부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천주교 신자들은 예수님 대신 마리아를 믿는다’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예수님을 믿는다는 말은, 그분이 우리의 구원자라고 믿고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말에 믿는다는 말은 구원과는 상관이 없는 ‘신뢰한다’는, 또 믿고 의지한다는 뜻도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부부간, 부모와 자녀 간, 자녀들 사이, 이웃 사이, 친구 간에는 서로 믿고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함께 살기가 너무 어려울 것입니다. 신뢰한다는 의미에서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서로 믿고 살아가는데, 성모님을 ‘믿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모님을 구원자 예수님처럼 믿을 수 없다는 말은 개신교 이전에 가톨릭교회가 가르친 것이 아닙니까? 어떤 사람들은 성모상 앞에서 누가 기도하는 것을 보면, 그가 성모님께 직접 구원해달라고 애원하는 것으로 간주해버립니다. 이러한 망상을 경고하기 위해 교회는 문자를 만들어 설명을 했습니다. 성모님께 기도한다는 말은 하느님처럼 직접 구원해 주시거나 은총을 내려주시기를 청한다는 뜻이 아니라, 전구(轉求)를 비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성모님을 신격화하지 않으며, 따라서 흠숭지례(欽崇之禮)를 드리지 않습니다. 성모님께는 공경지례(恭敬之禮)를 드린다고 합니다.
사실은 ‘예수님을 믿는다’는 말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16세기 이후 한편에서는 업적 없이 ‘믿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다른 편에서는 믿음으로 구원되는 것이 아니라 ‘업적으로 구원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답니다. 이제는 믿음과 업적을 그렇게 인위적으로 분리하는 이론은 비판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개신교 신자들과 대화를 나누려면, 먼저 그러한 것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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