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다분히 철학적이면서도 원초적인 질문에 당혹스러웠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지금도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과연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돌아봅니다.
배는 항구에 묶여 있을 때가 가장 안전합니다. 그러나 항구에만 묶여 있는 배는 만들어진 본래의 목적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항구를 떠난 배들도 도착지와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면 표류하는 배일 뿐, 정박해 있는 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역시 발바닥 신자로만 살아간다면 정박해 있는 배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소명은 무엇일까요? 하느님 나라를 넓혀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소명입니다. 바로 ‘복음화’입니다. 이러한 소명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아들, 딸로 선택받은 우리 모두는 참으로 ‘행복한 존재’입니다. 가야할 목적지가 분명하고 주어진 소명을 알고 살아가기 때문에 누리는 ‘행복’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힘들고 지칠 때면 이러한 귀한 소명을 잊어버리고 투정을 부리기도 합니다.
미사에 참례할 때, 기쁨과 열정을 갖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극장에 영화 보러 가는 관객처럼 단순히 관람하는 자세로 미사에 참례할 때가 혹시 없었습니까. 주어진 달란트대로 귀한 봉사의 사역을 감당하게 하신 것이 우리로 하여금 하늘나라에 상급을 쌓게 하는 하느님의 축복인 것을 믿지만, 이에 앞서 어쩔 수 없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나갈 때는 없었는지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하느님을 뒷전으로 모실 때는 없었습니까. 자신의 명예를 위해 남과 사제를 비방하고 시기하며 교만할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돌아봅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를 사랑해 주시는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찬미 예수님.”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우리의 ‘착한 행실’, 이제부터 우리가 가야할 길입니다. 그분을 진정 사랑한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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