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대주교)는 13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출산의 가치’를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의·과학 기술 발달로 인해 특히 출산 과정에서 인위적 개입이 늘어감에 따라, 출산의 가치를 되짚고 올바른 의식을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피임과 낙태는 물론 체외수정, 산전진단, 불임시술, 인간복제 등 출산과 관련한 생명윤리 문제들이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다.
세미나에서는 이명기 수녀(가톨릭대 ELP 학부 교수)가 ‘성경의 세계에서 본 생명’을, 김원선 교수(서강대 생명과학과)가 ‘생명 시작의 생명과학적 이해’를, 이향만 교수(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가 ‘출산 의례와 생명의식’을, 정재우 신부(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가 ‘출산의 의미와 윤리적 실천’을 주제로 각각 발표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특히 생명위원회 위원장 염수정 대주교는 이날 세미나 인사말을 통해 “발전된 생명과학은 초기 단계의 인간생명에 개입함으로써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며 “과학과 기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며, 나아가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온전한 인간으로의 발전을 도모할 때 참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주제 발표에 나선 이명기 수녀는 ‘성경은 생명에 관한 근원적 통찰의 길’이라는 입장에서 생명에 관한 표현과 의미들을 풀이했다. 또한 이 수녀는 “현대사회에서는 일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경시하며,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도록 좌절시키는 사회구조에 말없이 조력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성경에서 밝힌 인간 생명의 전체성은 생명이 한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사람의 생명에까지 확장됨을 드러낸다”고 전했다.
이어 김원선 교수는 “수정란은 과거, 현재, 미래를 통틀어 이 세상에 존재했던, 또한 존재하고, 앞으로 존재할 유일무이한 생명체이며, 수정되는 순간 유전적으로 완전함이 성취된다”며 “생물의 한 살이는 과정 그 하나하나가 시작이며 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독립적인 생명체인 수정란을 생명의 출발점으로 보는 것은 과학적으로 타당성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출산의례는 생명문화를 경험하도록 해준다고 설명한 이향만 교수는 “새 생명이 태어나자마자 기아와 같은 생존의 위기에 처하는 불행 못지않게, 쾌락과 충동에 의해 생겨나 그 존엄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희생되는 생명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 심각한 현실”이라며 “내 생명 안에서 이웃의 생명을 발견하고 이웃의 생명 안에서 내 생명을 발견할 때 우리는 생명의식을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재우 신부는 주제발표를 통해 ‘임신·출산에 대한 부담은 자유로운 성행위와 즐김의 걸림돌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배제하고 방지해야 한다’는 ‘피임 사고방식’의 폐해를 지적했다.
또한, 정 신부는 “출산 본연의 의미를 회복한다는 것은 곧 사랑을 회복하고 인격적 관계를 회복한다는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이 무엇이나 도덕적으로 정당하지는 않다는 것과 불임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허용할 수 있다는 사고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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