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조약돌로 만들어진 십자가와 그 위에 놓인 장미꽃, 마치 조각 혹은 사진 같다. 지난해 제2회 가톨릭미술공모전 평면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김세중(빈첸시오·35)씨의 ‘천국의 조약돌’이다. 실제로 전시기간 동안 조각인 줄 알고 만져보려는 관람객들이 많았다고 한다. 사실 이 작품은 조각도 사진도 아닌 ‘극사실주의 기법’의 그림이다. 생생하고 완벽한 묘사는 사람들의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제 작품을 보고 사진인 줄 아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트릭을 주는 느낌이 좋아요. 관객들과의 피드백도 즐기고요.”
홍익대 미대 재학 시절부터 10여 년 동안 극사실주의 작업을 이어온 김씨는 ‘천국의 조약돌’처럼 조약돌을 소재로 시리즈 작업을 시작했다. 백령도 여행에서 방문한 ‘콩돌해안’의 조약돌들이 파도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해 인상 깊이 남았다고 한다. 이후 매 작품에 자그마한 조약돌을 등장시키면서 관람객들과의 소통 매개체로 활용하고 있다.
자연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씨는 몇 년 전부터 ‘하늘’에 집중하고 있다. 어느 날, 빨갛게 달아오른 하늘이 김씨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극사실적인 표현을 위해 어딜 가나 사진을 찍다 보니 하늘 사진만 100기가바이트가 넘을 정도다. 특히 빨간색부터 보라색, 노란색, 녹색, 남색 등 석양이 뿜어내는 다양한 색채를 캔버스 화면에 표현해 낼 때의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벅차다는 그다.
작품마다 하늘의 표정도 제각각이다. 초기에는 석양을 주로 그렸지만 요즘에는 밝은 하늘을 등장시키고 있다. 하늘과 더불어 바이올린, 조각, 나비 등의 물체들이 하늘을 부유하고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물론 여기에도 작은 조약돌은 꼭 등장한다.
“하늘은 ‘영원’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바이올린이나 조각은 시간을 머금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 시간은 관람객과 소통하기 위한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제 작품의 핵심은 자연, 시간, 관람객과의 ‘소통’이에요.”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외국과 한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씨는 앞으로의 계획도 많다. 내년 초에 마련한 개인전은 물론 새로운 시리즈도 준비 중이다. “2013년에는 달을 등장시킬 거예요. 그래서 달을 사실적으로 찍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아요. 천체학자까지 찾아가서 자료를 얻어 준비하고 있어요.”
“저와 같은 이름의 조각가 김세중 선생님처럼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는 또 성미술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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