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체가 활성화된 수원교구. 소공동체를 통해 영적으로 쇄신된 교구의 모습은 바로 100주년을 향해가는 교구의 미래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및 신앙의 해 교구장 사목교서’를 통해 “소공동체는 작은 교회이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공동운명체”라고 밝혔다. 안양대리구 매곡본당(주임 강희재 신부)의 활성화된 소공동체의 모습에서 교구의 미래를 짐작해봤다.
“지금부터 검토 안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먼저 선교 관련된 내용인데요.”
매곡본당 한 신자의 집. 시작기도와 복음 나눔을 마치자 신자들이 진지하게 회의를 시작했다. 선교에 대한 안건을 올라오자 참여한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가두선교, 거리청소 등 다양한 선교활동을 제시하고 장단점, 그리고 시행을 위한 준비사항 등을 꼼꼼히 따진다. 이어 이달의 예정사항인 실행 안건과 지난달 행사 등의 결과를 보고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언뜻 이 풍경은 본당 사목회의를 연상시키지만 사실 매곡본당의 지역사도회의 모습이다. 매곡본당의 각 지역 소공동체는 자체적으로 복음화 계획서를 가지고 1년 예산을 집행한다. 또 본당의 사목방향에 따라 각 지역의 특색에 따라 자신들이 원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그야말로 하나의 작은 본당이다.
매곡본당의 지역은 국보·화서·효임·하상·경환·대건·양업지역으로 총 7개 지역으로 각 지역 신자들이 자기 지역이 본받고자 하는 성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매곡본당은 이 지역 소공동체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매곡본당 소공동체가 활성화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수평적 회의 문화’다. 매곡본당의 회의는 총 4번으로 분과회의, 상임위원회의, 사도회의, 지역사도회의가 있다. 바로 사도회의와 지역사도회의가 각각 소공동체 지역장, 지역 내 소공동체장들의 회의로 소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회의다. 동시에 본당 각 분과 및 위원회에는 각 지역위원을 배치, 소공동체와 분과 및 위원회가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체계를 잡았다. 상임위원들이 제출안 안을 사도회의에서 수정 및 가부결함으로써 각 회의가 수평적으로 의사전달이 될 수 있도록 도모했다.
“나는 교우들을 이끌기 위해 하느님의 지혜를 청합니다. 난처한 일이나 복잡한 일이 생기더라도 경솔하게 판단하거나 처리하지 않겠습니다.”
지역 및 봉사자들이 입을 모아 ‘봉사자의 덕행’을 낭독하고 있다. 봉사자들이 신덕(信德), 지덕(知德), 열심, 순명 등 4가지 덕행에 관한 내용을 낭독하자 이어 서약 및 초 봉헌 예식이 진행되고 안수와 임명장 수여식이 진행됐다. 많은 본당에서 봉사자 임명식을 시행하고 있지만 매곡본당의 봉사자 임명 예절은 조금 특별하다. 매곡본당의 봉사자 임명 예절은 임명될 때 1회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월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임명 예절을 통해 봉사자들은 소공동체 봉사자로서의 사명감을 되새긴다.
매곡본당은 소공동체 활성화의 핵심이 소공동체 봉사자들의 활동에 있다고 보고 소공동체 봉사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소명감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장, 구역장, 반장, 지역위원 등 소공동체 봉사자의 임기와 직무를 명시화시켜 매월 실시되는 봉사자 직무교육을 통해 봉사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알고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신의 직무 이외의 직무도 알려줌으로써 소공동체 봉사자들이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가장 작은 규모의 소공동체인 반을 맡은 반장이 실제 소공동체 활동에서 가장 중요함을 인식하고 반장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매곡본당은 분기별로 주임신부와 반장과의 만남을 통해 본당과 반 소공동체와의 소통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개선해나가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또 개인 및 소그룹 단위로 반장 및 구역장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주입식 단체교육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하고 있다.
매곡본당은 소공동체를 통해 초·중·고등부 사목을 새로운 형태로 구성하기도 했다. 바로 청소년 소공동체 ‘두레’가 그것이다. 매곡본당은 초등부와 중·고등부 주일학교가 별도로 없다. 매곡본당 초등부는 소공동체 모임처럼 매주 한 번 친구 집을 방문에 함께 기도하고 교리를 공부하고 평일에 모이기 어려운 중·고등부는 주일 성당에서 모임을 진행한다. 각 두레에는 두레장이 있고 두레장들은 더 나은 두레모임을 만들기 위한 사도회의를 실시한다. 또 이 두레는 각 지역 소공동체와 결부돼 부모와 지역 어른들이 직접 청소년들의 신앙생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효과도 가져왔다.
또한 소공동체가 정착되면서 청년사목 활성화나 지역 병자 관리, 지역의 소외된 이를 위한 활동 등도 본당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까지 지역 소공동체가 나서고 있다. 이는 자연적으로 선교활동에도 이어졌다.
매곡본당 소공동체여성회장 여애경(마리아막달레나)씨는 “지역 소공동체의 활동이 많이 정착됐지만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계속 변화하는 소공동체가 지속적으로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각 소공동체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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