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한 마을 빠야따스에서 도시빈민자들을 대상으로 사목하고 있는 양상윤 신부(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전교회)가 카메라를 들었다. 마닐라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곳을 한국에 알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의 사진 속에서는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 모습을 볼 수 없다. 그저 그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 빠야따스를 담담하게 표현했다.
“고생하는 사람들 모습을 찍고 싶지 않았다”는 양 신부는 판자촌과 쓰레기 매립장 안에 숨어 있는 조형미를 찾아내 렌즈에 담아냈다. 전체 공간과 공간을 채우는 부분이 각각의 작품이 되어 빠야따스 도시빈민자들의 삶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양 신부가 사진을 찍게 된 것은 빠야따스 후원회 인터넷 카페(cafe.daum.net/vincen-1004)에 사진을 올리면서부터였다. 한국의 후원회원들이 보내 온 작은 정성이 현지에서 무료급식과 장학회라는 큰 사랑으로 피어나는 모습을 전하고 싶었다. 사진을 배운 적은 없지만 선화예고와 국민대 공예미술학과를 졸업한 그는 특유의 예술적 감각으로 가난한 마을을 아름답게 승화시켰다.
그런 사진들을 하나 둘 모아, 오는 29일 서울 돌실나이 갤러리에서 전시를 연다. 10월 17~24일 광주가대 평생교육원 전시장에서 이미 한 차례 전시를 마친 양 신부는 “제 작품을 알리기 위함이 아니라 빠야따스와 그곳 주민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사진전의 목적을 설명했다.
한국 사람으로는 유일하게 빠야따스에서 살고 있는 양 신부는 현지인 재봉교육과 어린이 대상 무료급식, 장학회를 담당한다. 사제품을 받은 직후 이곳으로 자원해서 온 그의 헌신 덕분에 단 30명에게만 제공하던 무료급식이 지금은 130명의 어린이에게 확대됐으며, 30여 명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전달하고 있다.
“무료급식은 예전부터 운영되고 있었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중단하고, 생기면 시작하는 식으로 했어요.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한 수녀님께서 저도 모르게 후원회를 만드셨더라고요.”
양 신부는 빠야따스에서 사목활동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한국의 후원회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소속된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전교회는 한국에 진출한 수도회가 아니라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지만, 그의 사랑 실천이 입소문을 타면서 설립된 지 2년 만에 700명 이상의 회원이 활동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제는 빠야따스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베트남 무료급식소에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전시 작품들을 보고 많은 분들이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좋겠어요. 또 세계 각지의 가난한 곳에서 소명을 지키고 있는 선교사들을 기억해주시길 바라고 더불어 뒤에서 알게 모르게 도와주신 후원자분들에게도 이번 기회를 통해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전시를 마치고 11월 16일 출국 예정인 양 신부는 마지막으로 “이제는 빠야따스 어린이들이 가난을 탈출할 수 있도록 ‘교육’에 관심 갖고 신경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11월 5일까지.
※문의 02-745-7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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