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움에 미소를 짓고, 그리움에 눈물이 흘렀다.
지난 20일, 남수단 톤즈 살레시오공동체에서 고(故) 이태석 신부(1962~2010)에 의해 창단된 ‘돈 보스코 브라스밴드’가 살레시오회 대림동공동체를 찾았다. 이곳은 이 신부가 신학생 시절 사목 실습을 한 곳이자, 선종 전 15개월간의 투병생활 중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낸 장소다. 브라스밴드는 곳곳에서 만나는 이 신부의 마지막 흔적에 웃고 울었다.
살레시오회는 ‘돈 보스코 브라스밴드’의 방문을 맞아 이 신부 추모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돈 보스코 브라스밴드 소속 청소년 29명과 인솔자 샤이젠 신부, 남수단어린이장학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살레시오회는 특히 이태석 신부가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방과 사진, 유언 등을 최초로 공개했다.
“저는 톤즈에서 여러 해 지내면서 톤즈 사람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것을 베풀며 많은 것을 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제가 그들에게서 얻은 것이 더 많았습니다. 그들은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았고 부족한 가운데서도 나눌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톤즈 친구들에게 감사하면서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동현 신부(살레시오회)가 톤즈에 대한 사랑을 담은 이 신부의 유언을 대신 낭독하자, 돈 보스코 브라스밴드는 그와의 추억을 되새겼다. 이태석 신부의 흔적이 마지막 남은 이곳을 꼭 한 번 방문하길 원했던 이들은 이날 행사가 끝난 직후 남수단으로 출국했다.
살레시오회, 성명 발표 “이태석 신부 상업적 이용 말라”
한편 살레시오회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이태석 신부 유지(遺志)와 ‘돈 보스코 브라스밴드’의 방한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살레시오회는 지난 5월 이 신부 관련 공지문과 1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살레시오회는 우선 “이 신부는 물질보다 마음을 나누려 했던 분으로서 톤즈를 알고 그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현지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도움을 준다면 오히려 현지인들을 곤란하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프리카 남수단과 톤즈를 폄하하는 언론매체나 모금기관의 태도와 진술에 대해 엄중히 항의한다”면서 “이 신부 선종 후에도 현지인들과 선교사들의 헌신으로 톤즈는 계속 발전되고 있음에도 어떤 매체에서는 그곳이 방치돼 폐허가 된 듯 왜곡해 독자와 시청자를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살레시오회는 또 “교회의 수도자이며 사제요, 살레시오회의 선교사로서 정체성을 지키길 바랐던 이태석 신부는 NGO 형태의 접근이 자신의 신원과는 무관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이런 이 신부의 유지와는 무관하게 ‘좋은 일을 한다’는 명목으로 이태석 신부의 이름을 걸고 이루어지는 모금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레시오회는 이태석 신부의 유지를 따라 현지 공동체 선교사들과 소통하며 내년 지원 사업을 구상하고 있으며, 선교국을 개설해 선교사 파견과 지원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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