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여름 끝자락에 본당으로 발령받은 현 바실리오 신부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다부진 몸매를 소유한 젊은 사제, 처음으로 본당 주임을 맡게 됐다는 신부님이었습니다. 역대 신부님 중에 가장 어린 30대 초반의 신부님. 당시 상임위원들 가운데 또래가 없어 걱정이 됐지요.
전임 신부님에 따라 상임위원도 40~60대로 구성돼있었으니 걱정될 만도 했지요. 이때만 해도 제가 총회장이 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고 ‘어느 분인가 고생 좀 하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언제인지 기억은 없지만 텔레비전을 통해 항해술에 대해 본 기억이 있습니다. 바람은 그 정해진 시기와 절기에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 불고 있지만 일기상황에 따라서는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불기도 하며, 심지어는 가고자하는 반대방향으로 역풍이 불 때도 있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선장의 판단과 지시에 따라 돛대를 이리저리 맞춰 진로를 잡아가며 배를 앞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하니 항해술에 문외한인 저에게는 참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부임하신 저희 본당 신부님도 이 범선의 선장만큼이나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 충분히 짐작되며, 총회장이 된 지금 저로 인해 고민을 보태고 있지는 않나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 본당은 현재 등록 신자 수 약 3200명, 봉헌세대 860세대의 소규모 본당으로 설립 이후 오늘까지 소폭이지만 신자수와 봉헌세대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본당 신자들 모두가 소망했던 사업과 대리구 내 신축본당 돕기, 신자들을 위해 계획했던 일들을 올해 모두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노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편하게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했으며, 빚은 생겼지만 기쁜 마음으로 신축본당 돕기에 참여하고 3년여를 계획했으나 미뤄오던 전신자 대상 기차여행도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대림절을 한 달여 앞두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날 대면했던 신부님의 첫인상과 함께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일들을 우리가 충실히 해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내년에는 또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쁘게 할까’하는 기대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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