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짝을 이뤄 흥겨운 라틴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남자 어르신의 검은색 구두가 플로어 위에서 사방으로 현란하게 움직이고, 여자 어르신의 화려한 금빛 드레스가 허공을 가른다. 자유분방하지만 절도 있는 동작들은 많은 연습량과 완벽한 호흡을 대변해준다.
제천시노인종합복지관(관장 신동민 신부) 댄스스포츠 동아리 로맨스는 65~80세의 남·여 어르신 22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지난 2008년 창단됐다. 역사는 길지 않지만, 실력은 자타공인 최고 수준이다. 로맨스팀은 전국시니어대회에서 은상을 받는 등 크고 작은 대회에서 총 10여 차례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이미 충북지역에서는 2차례 우승해 적수가 없을 정도다. 한 심사위원으로부터 “이미 노인 수준을 넘어선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유명세를 타고 로맨스는 지역 행사 단골 초대 손님이자 인기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로맨스의 무대는 언제나 관객의 호응이 높다. 서익수(73)씨는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에너지가 돼 돌아온다”고 말했다.
재능기부에도 적극적이다. 로맨스는 정기적으로 지역 내 병원이나 요양원을 찾아가 춤을 선보이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안석규(마태오·75)씨는 “모두가 어우러져 어깨춤을 추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취미 생활인 춤을 통해 봉사를 실천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앞으로도 우리를 원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 즐겁게 해드릴 겁니다.”
안명규(74) 회장에게 댄스스포츠는 젊음을 느끼게 해주는 삶의 활력소다. “춤이 곧 운동이잖아요. 함께 모여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서 열심히 추다 보면 저절로 건강해집니다. 몸이 건강해지니 정신도 맑아지고요.”
댄스스포츠는 체력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어르신들에게 쉬운 종목은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뭉친 어르신들의 열정은 ‘어렵다’는 편견을 깼다. 로맨스팀 총무를 맡고 있는 장숙자(루치아·71)씨는 “즐기면서 연습하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며 “꾸준한 연습과 노력으로 고난도 동작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단계에 왔다”고 말했다.
로맨스팀이 선보이는 작품은 자이브, 차차차, 룸바, 삼바, 탱고 등 다양한 댄스가 혼합된 것이 특징이다. 보통 60여 가지 동작으로 구성된 한 작품을 완벽히 연마하는데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린다. 로맨스팀은 일주일 2번씩 모여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연습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각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정도로 열정이 높다. 로맨스팀의 최종 목표는 전국시니어대회 우승이다.
제천시노인종합복지관에 마련된 연습실에 흥겨운 로큰롤 음악이 흘러나왔다. “원! 투! 쓰리아포! 쓰리아포!” 박자를 맞추는 구령 소리와 함께 어르신들의 힘찬 스텝이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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