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가정사목.매스컴.여성소위원회와 생명윤리연구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생명을 지향하는 가정」 세미나는 「가정」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사회」와 「문화」라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성찰해 다양하고 실천적인 사목방안을 제시하는데 의의가 있다.
특히 이번 세미나에서는 격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생산된 다양한 형태의 가정 모습을 이해하고, 소비문화와 매스미디어 등이 가정에 미친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비교분석해 각 문화의 복음화와 사목적 배려를 제시하고 있다. 다음은 세미나 발표 요약 내용이다.
■ 1주제-‘한국 가정의 변화된 모습과 문제점’ / 이창영 신부(주교회의 사무국장)
“가정 정체성 회복에 사목적 관심을”
오늘날 한국 가정의 위기와 해체 현상의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가정의 정체성 상실을 들 수 있다. 개인주의와 황금만능주의, 경쟁사회, 사회윤리도덕 약화, 가족 이기주의의 만연 속에서 가정은 더 이상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교회와 사회의 기초세포」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가정뿐만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지 살펴보고 해결해야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국 가정은 이혼증가. 낙태증가,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 주부가출, 혼인제도 의미상실, 성개방 풍조 등 다양한 문제점으로 곪아가고 있다. 특히 이러한 가정의 문제점은 그리스도인 가정 또한 비신자 가정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한국의 가정들은 근본적인 구조와 가치관의 변화, 핵가족화 현상, 여성의 사회진출과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크게 달라진 모습들을 보인다. 현재 각 가정의 가구원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게다가 일인모·모자·소년소녀가장·노인 단독·동성애자 가구 등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가족 가치관에 있어서도 남성지배 문화와 관습에 대한 저항이 이어져오고 있으며 더 이상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고 있다.
가정은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조직, 모든 인간관계의 출발점이자 수렴점이며 「생명」을 잉태시키는 거룩한 장소다. 교회는 그 어느 것에 우선해 가정의 「본자리」 찾기에 최선의 사목적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복음화의 장래는 가정 교회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고 가정은 사랑으로 세워지고 생명을 받는 공동체다.
■ 2주제-‘한국 가정복음화의 성찰’ / 송영오 신부(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 소장)
“문화와 특성에 걸맞는 사목 필요”
가정이 기초공동체로서의 구원의 장이 되지 못하는 현실 해결을 위해서 「가정사목」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사목 전선이 구축돼야 한다.
한국 교회 안에서는 1975년 행복한 가정운동이 시작되면서 가정사목이 시작됐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난 현재, 아직도 많은 교구에서는 과거 행가운에서 시작한 가나혼인강좌를 이어가는데 급급한 실정이며 가정사목부와 전담신부를 두지 못하고 있다.
가정사목의 방향은 그 나라의 문화와 특성에 따라 정립되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의 가정사목은 우선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효(孝)를 중심으로 한 사목이어야하며 ▲저출산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생명 중심의 사목」 ▲급증하는 이혼율에 대비한 「부부중심의 사목」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타인에게 봉사하는 가정을 지향해야한다. 구체적인 노력으로 가정사목의 구조적 일치를 위해 전국 가정사목위원회는 가정 문제를 연구하고 프로그램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연구소와 위원들을 위촉해야하며, 전국적 가정사목이 효과적으로 집행되기 위해 각 교구별 가정사목 전담신부로 구성되는 가정사목 전담신부 모임을 운영할 수 있어야한다. 교구는 전담신부 양성을 위한 배려를 해야하며 가정분과위원과 사제 교육을 실시해야한다. 가정사도직 수행을 위한 직할단체를 두며 가정성화 모범 발굴에도 지속적인 힘을 기울여야한다.
아울러 가정사목의 대상이자 주체가 바로 가정이라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각 본당 사목자들 역시 본당이 아닌 가정을 기본으로 하는 본당사목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특히 가정 상담 기능을 강화해야한다.
■ 3주제-‘미디어 속의 가정’ / 윤혜란(미디어 세상 열린 사람들 사무국장)
“다양한 삶의 방식 인정해야”
매스미디어가 보여주는 가정의 모습이 일반 가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이는 미디어가 현실의 가정을 반영하는 한편 앞으로의 가정문제를 대중적 관심사로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는 상업적 가치를 앞세워 대중 시선 끌기 차원에서 비현실적인 가정의 변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고, 기존 제작관행에 매여 사회 변화를 읽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따라서 미디어가 전달하는 가정의 모습을 제대로 파악해 그 한계를 함께 보아야 현실의 가정과 미디어 속 가정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가정 문제들을 미디어와 대중이 함께 풀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이해해야한다.
특히 가족형태는 매우 다양해졌지만 미디어가 보이는 가정의 모습은 개인 중심적인 가정 모습에 치우쳐 공동체적 이상을 지닌 가정의 모습에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현실적인 가정 문제에 대해서도 폭넓게 관심을 가져야한다. 요즘 우리가정은 매우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미디어 속 문제는 장르와 프로그램에 따라 매우 선택적이다.
또한 변화하는 가정문제에 현실적이고 책임감 있게 접근할 수 있는 능력, 문제와 갈등을 민주적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한다. 대화로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문제해결방식은 가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 4주제-‘소비문화와 가정’/김민수 신부(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올바른 생활 이끄는 문화교육 실시하자”
교회는 소비문화의 복음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과 대안 프로그램을 실시해 소비문화가 쏟아내는 죽음의 문화를 사랑과 생명의 문화로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
최근 우리사회에는 소비주의, 쾌락주의, 그릇된 「밤 문화」 등 「죽음의 문화」가 만연한다. 특히 대중매체를 통해 형성된 광고산업 등은 과소비를 크게 부추긴다. 또 소비문화는 가족 구성원 각자 즐기는 것을 따로 제공함으로써 가정공동체를 해체시키는 위협을 가한다. 생태계의 파괴도 풍요로운 소비생활양식의 대가이며 사교육비 증가, 쇼핑중독과 인터넷.TV.명품.약물중독 등 소비중독증을 낳는다.
가정의 공동체 가치관과 윤리도덕의 함양 그리고 사회적 환경의 이해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 「문화교육」은 소비사회를 사는 가정들이 올바른 생활방식을 취할 수 있도록 분별력을 키워주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생명교육, 경제교육, 소비여가교육, 미디어교육이 포함될 수 있다.
구체적인 대안 프로그램으로 공동체 가치관을 바로잡도록 돕는 대안공동체를 들 수 있다. 현재 CLC(Christian Life Community), 예수살이공동체, 포콜라레, 떼제공동체 등이 형성, 운영되고 있다. 「생명 31운동」과 「아나바다 운동」, 도덕성 회복·환경·지역화폐운동 등도 가정을 둘러싼 환경의 개선과 인간성 회복에 도움을 준다.
특히 교회는 피정이나 성지순례와 같은 가톨릭문화를 신자들의 다양한 욕구에 맞춰 계발하고 자원봉사프로그램 개발, 가정미사 등 여가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 5주제-‘가정교회-말씀과 성령으로 기도하는 가정’ / 곽승룡 신부(대전교구 사목기획국장)
“가정사목 프로그램 지속적인 개발 절실”
현재 가정사목의 긴급한 과제는 「말씀」을 중심으로 한 가정생활이 영위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연구와 프로그램 계발, 제공에 힘쓰는 것이다. 기도는 모든 신자들이 하느님 모상의 영성인으로 거듭나도록 안내하며 집안 교회 안에서 창조적 사랑을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성령의 역사(役事)를 체험하게 한다.
우선 한국교회의 연구기관과 사목현장과의 거리감을 좁혀야한다. 한국교회는 물량적으로 큰 발전을 보이며 신학교와 여려 형태의 연구소를 세웠으나 이러한 교육기관과 연구소, 사목의 현장 사이의 통합적인 인프라 구축은 부족하다. 특히 가정·생명·상담을 아우르면서 복음과 한국문화가 만나는 토착화된 전문연구 및 인재 양성기관이 절실히 요청된다. 가정사목의 방향도 가정과 본당에서 이뤄지는 신자 가정에 필요한 사목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개발 적용이 필요한 시기다. 가정사목의 주체와 방향이 생명을 지향하는 가정교회가 되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신자와 가정중심의 사목으로 변화될 필요성이 있다. 신자들이 원하는 사목·신앙·영성에 대한 토털 서비스가 가정 안에서 이뤄지도록 다양하게 연구되고 준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서·신앙·영적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하며 혼인 전후 교육, 가정교리서와 가정사목지침서 발간도 시급히 요청된다. 이 프로그램은 가정단위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할 것이다. 소공동체와 직장, 신심사도직운동체도 가정과 연관되어 말씀 안에서 복음화가 이뤄지는 유기적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이러한 작업은 전문 연구기관에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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