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 오래오래 사세요!”
10월 27일 수원교구 성남대리구 단대동성당. 색동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가 손을 이마에 찰싹 붙이더니 기우뚱 절했다. 손주의 귀여운 인사에 회갑을 맞은 이의 눈가에 미소가 맺혔다. 이 절 하나만으로도 회갑의 기쁨을 다 누렸다는 듯한 미소다.
이런 모습은 예전엔 환갑연을 여는 가정에서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보기 어려운 광경이 됐다. 평균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60대 부모의 자녀들이 아직 결혼하지 못했거나 했더라도 안정을 찾지 못한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 쪽에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지내는 일이 많다. 그런 안타까움을 없애주기 위해 단대동본당(주임 이용기 신부)은 본당에서 회갑연을 마련했다.
회갑연의 시작은 오전 10시 정성스런 미사 봉헌이었다. 회갑을 맞은 26명은 주임신부에게 안수를 받고, 성가대의 축가, 자녀의 편지를 듣는 시간을 보냈다. 미사 후에는 제대를 배경으로 전문사진가가 찍어주는 가족사진을 찍기도 했다. 또 성당 로비에는 가족의 축하 인사를 받는 자리가 준비되고 식당에서는 연회가 진행돼 성당 전체가 회갑의 기쁨으로 가득 찼다.
단대동본당이 처음부터 이렇게 성대한 잔치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회갑연을 공지하자 본당 신자들이 적극 호응했다. 본당에서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신자들이 본당 회갑연에 신청했던 것이다. 본당은 앞으로도 해마다 본당 차원의 회갑연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이날 회갑연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박옥순(아녜스)씨는 “가족끼리 식사로 끝날 일이었는데 미사를 통해 회갑잔치를 하니 더 많은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것 같다”며 “이런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하느님과 본당 식구들에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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