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10월 7~28일 3주간에 걸쳐 전세계 262명의 교부들이 함께 모여 논의한 결과들은 두 가지의 문서에 집약돼 있다. 하나는 총 350여개에 달한 건의안들을 함축 정리한 58개항의 건의안과 시노드 폐막 후 교부들이 하느님의 백성들에게 보낸 최종 메시지가 그것이다. 특히 최종 메시지를 통해 교부들은 세속주의와 상대주의를 비롯해 현대 세계 안에서 신앙의 유지와 성숙을 저해하는 온갖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이 여전히 머물러 있는 세상과 교회에서의 쇄신과 새로운 복음화의 미래를 확고한 희망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음은 최종 메시지에 담긴 주요 내용이다.
갈등과 도전의 세상, 하느님께서는 여전히 사랑하신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참석한 교부들은 보편교회 하느님 백성에게 보내는 최종 메시지를 통해, 현대 세계의 새로운 복음화의 미래를 ‘차분한 용기’를 갖고 기쁨과 희망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메시지는 현대 세계가 비록 온갖 ‘갈등과 도전으로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간직하고 있으며’, ‘악으로 상처 받았지만, 하느님께서는 여전히 이 세상을 사랑하신다’고 말했다.
최종 메시지는 서두에서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 헤매고 있는 ‘사마리아 여인’의 이미지를 통해 삶의 지표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모습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시노드는 교회가 신앙을 새롭게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영혼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주님이신 그리스도와의 만남뿐임을 일깨운다.
메시지는 새로운 복음화의 소명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모든 믿는 이들의 책무임을 지적하면서, 특별히 복음화를 저해하는 위기의 요소들이 만연한 현대 사회와 문화 안에서도 신앙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필요성을 지적한다. 하지만 메시지는 “복음을 마치 종교 시장에 놓여진 상품처럼 새로운 판매 전략을 고안”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가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불러주신 그러한 방법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새로운 복음화, 희망과 긍정의 전망
교부들은 이 책무가 쉽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분명한 희망과 긍정적인 전망을 피력한다. 세계화 현상은 이주민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복음 선포 확장의 이점을 지니며, 세속화는 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사회 속에 교회와 복음의 존재를 스며들게 할 기회가 되고, 새로운 형태의 가난은 교회가 사랑의 봉사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시한다. 무신론과 불가지론 속에서조차 우리는 적절한 응답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갈증과 기대를 발견한다고 메시지는 말한다.
하지만 메시지는 사람들을 복음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가 복음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회개와 참회는 교회로부터 가장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들의 약함과 죄는 그 신뢰도에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의 나약함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자기들의 잘못을 주저 없이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주님의 성령이 교회를 새롭게 하고 그리스도인들을 당신의 빛으로 빛나게 할 수 있음을 확신한다.
하느님 백성의 헌신 요구
메시지는 이처럼 새로운 복음화의 미래를 긍정과 희망으로 전망하면서 결코 비관적인 전망을 가질 이유가 없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하느님 백성 전체의 헌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구체적인 노력의 영역으로서 가장 먼저 가정을 꼽는다.
메시지는 ‘복음화의 자연스러운 장소’로서의 가정을 교회, 정치, 사회는 함께 지지해야 하며, 특별히 가정 안에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한다. 아울러 이혼 혹은 재혼 가정의 어려움과 고통을 교회는 결코 잊지 않음을 상기시키면서 교회 공동체는 이들을 위한 각별한 배려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메시지는 이어 복음화의 중심으로서 본당 공동체를 지적하고 축성 생활의 중요성과 사제와 수도자의 평생 교육, 그리고 평신도의 복음 선포에로의 초대를 강조한다. 아울러 젊은이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촉구되는데, 이들은 교회와 사회의 현재이자 미래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젊은이들에 대해서 우려와 관심을 잃지 않지만, 결코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지는 않다. 즉, 교회는 젊은이들 안에 진실, 진리, 자유, 관용 등 삶의 고유한 가치에 대한 깊은 열정을 갖고 있으며, 그리스도께서는 이러한 갈증과 열망에 대한 적절한 대답임을 믿기 때문이다.
한편 메시지는 학교와 함께 “사회 홍보의 세계, 특별히 뉴 미디어의 세계”는 “사람들의 양심이 형성되고 시간을 보내고 삶을 영위하는 장소”라며 복음 선포와 새로운 복음화의 중요한 영역임을 지적했다.
복음과 세상의 만남과 대화
메시지는 이어 복음이 현대 사회와 문화 안에서 만나는 다양한 영역들을 제시하고 있다. 메시지는 “신앙과 이성이 만나는 특별한 영역은 과학과의 대화”라며, 과학적 지식은 결코 신앙과 거리가 먼 것이 아니며, 과학은 하느님께서 당신이 창조하신 세상 안에 부여하신 영적 원리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메시지에 의하면, 과학적 지식은 인간이 피조물이 기반을 둔 이성적 구조들을 볼 수 있도록 해주며, 과학과 기술이 인류와 세상을 노골적인 물질주의에 가둬두지 않을 때, 비로소 과학은 생명을 보다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동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메시지는 신앙과 이성의 새로운 동맹 관계를 요구하는 복음과 문화와의 대화, 예술과 교육과의 대화, 경제와 노동의 세계와의 대화,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과의 대화에 대해서 언급한다.
특히 메시지는 복음과 ‘정치와의 대화’와 관련해, 정치는 이기적이지 않고 신실하게 공동선을 추구하려는 헌신적인 자세를 요구한다고 지적한다. 정치는 잉태부터 자연사까지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온전하게 존중해야 하며, 남녀간의 혼인으로 구성되는 가정을 존중하고 학문적인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 불의와 불평등, 차별과 폭력, 인종차별과 빈곤과 전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메시지는 촉구한다.
무엇보다도 메시지는 타종교와의 대화를 강조한다. 평화에 기여하고, 근본주의를 배격하며,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배제하는 종교간 대화의 자세가 요구된다고 촉구한다.
신앙의 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 그리고 가톨릭교회교리서
메시지는 이러한 모든 새로운 복음화를 향한 노력에서 특별히 몇 가지 교회적인 사건들을 상기시키고 있다. 우선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과 그 성과가 오늘날 새로운 복음화의 노력에 주고 있는 시사점들을 지적하고, 최근에 개막된 ‘신앙의 해’를 맞아 전세계적으로 경주되고 있는 노력들의 가치를 기대한다. 여기에 올해 반포 20주년을 맞은 가톨릭교회교리서가 제공하는 사목적인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메시지는 나아가 신앙생활의 중요한 두 가지 표현이 특별히 새로운 복음화의 노력에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한 가지는 묵상(contemplation), 다른 하나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봉사이다. 묵상 속에서 침묵은 하느님의 말씀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하느님 백성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얼굴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게 된다고 메시지는 지적한다.
아시아교회, 성령의 힘에 맡겨진 비옥한 씨앗
메시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전세계 각 대륙별로 새로운 복음화의 책무를 위한 고무와 격려를 하고 있다. 한국이 속해 있는 아시아교회와 관련해 메시지는 “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대륙에서 소수 종교인들이지만, 아시아교회는 성령의 힘에 맡겨진 비옥한 씨앗”이라며 “다양한 문화와의 대화, 고대 종교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난한 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고 말했다.
메시지는 이어 “비록 사회에서 소외되고, 많은 지역에서 억압받고 있다고 해도, 아시아교회는 그 굳건한 신앙으로써 정의와 생명, 조화를 선포하는 그리스도의 복음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격려했다. 메시지는 나아가 “아시아 대륙의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대륙의 그리스도인들과 형제적 친근함을 느낄 것이며 그들은 예수께서 바로 여러분의 대륙(성지)에서 태어나 살고 죽으셨으며 마침내 죽음에서 부활하셨음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메시지는 아프리카교회에 대해서는 고대문화와 새로운 문화간의 만남에서 복음화의 여지를 발견하도록 촉구하고 각국 정부들이 갈등과 분쟁, 폭력을 중단시켜줄 것을 촉구했다. 북아메리카교회에 대해서는 회심을 촉구하고 이민자와 난민들에 대한 따뜻한 환영의 자세를 요청하고, 라틴 아메리카교회에는 가난, 폭력, 종교적 다원주의 상황 등 현대의 도전들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대처할 것을 호소했다. 아울러 극도의 세속주의로 그리스도교적 뿌리를 잃어가고 있는 유럽교회에 대해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증진하는 인간적인 문화, 공동선의 건설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호소했다.
주교대의원회의 최종 메시지 무엇을 담았나
“그리스도와의 만남으로 ‘영혼의 갈증’ 채우자”
발행일2012-11-04 [제2818호, 10면]
▲ 주교대의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추기경과 주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