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위령성월’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달이다. 지상에서의 삶을 마치고, 주님께로 가는 영원한 생명의 길의 출발점에 서 있는 이들을 ‘기억’하는 달이다. 이러한 마음의 ‘기도’가 바로 ‘연도’이다. 우리는 ‘연도’를 통해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이 하루빨리 주님께로 불려 올라갈 수 있기를 염원한다.‘
위령성월’을 시작하며, 지난 10월 28일 수원교구 용인대리구 동천성바오로본당(주임 김형준 신부)이 가진 ‘제1회 연도경연대회’ 현장을 찾 ‘연도’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그 속에 숨은 ‘공동체적 사랑’을 발견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 나는 살아도 주님의 것이고 죽어도 주님의 것입니다
구역별로 펼쳐진 본당 연도경연대회에는 본당 내 3개 지역 23개 구역 중 9개 구역이 참가했다. 지난 10월 16일과 23일로 나뉘어 마련된 예선을 거쳐 올라온 쟁쟁한 실력의 참가자들이다.
참가자들은 ‘연도’ 중에서도 ‘입관기도’와 ‘찬미경’을 택했다. ‘입관기도’와 ‘찬미경’은 일반 신자들이 접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본당 공동체가 ‘연도’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참가자들은 대기 시간에도 서로 의견을 나누며 마지막까지 연습에 한창이다. 흑백의 정장으로 예를 갖춘 참가자들은 마침내 무대에 올라 경건한 마음으로 성호를 긋는다. 이어 각 구역별로 참가 인원에 맞춰 반으로 나눠 ‘계’, ‘응’을 주고받는다. 참가자들은 리듬을 타며 한목소리로 ‘기도’ 한다.
‘연도’는 사랑하는 가족, 친지, 이웃의 죽음이라는 슬픔 속에서 드리는 기도지만, 오히려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서려 있다. 주님 앞에 죽은 이들의 ‘부활’을 바라는 ‘기쁨’이다.
본당 총회장 김국현(제노비오)씨는 “‘연도’는 죽은 이의 영혼이 주님 곁으로 빨리 다가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도”라며 “이번 연도대회가 가톨릭교회 전례의 꽃이라 일컫는 ‘연도’의 의미를 깨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함께 올리는 기도를 들어주소서
본당의 연도경연대회에는 ‘공동체의 일치’를 바탕으로 한다. 참가 연령대도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하다. 동천 2, 3구역 참가자 한지은(엘리사벳·8)·지민(비비안나·6) 자매는 “어른들과 함께 기도를 드리니 즐겁고, 기뻤다”며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떠올랐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본당은 이번 연도경연대회를 개최하며, 특별히 남성 소공동체의 활성화에 목적을 뒀다. 침체돼 있는 남성 소공동체가 대회를 준비하며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친교를 다지면서 공동체 안의 역할에 참여하기를 바랐던 것. 본당 주임 김형준 신부는 “이번 연도경연대회는 남성 소공동체를 바탕으로 본당 공동체가 한마음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본당 공동체 식구들은 ‘함께’라는 마음으로 이번 연도경연대회에 열정을 쏟아부었다. 지난 8월 30일부터 서울대교구 연령회연합회 교육분과위원장 김진희(젬마)씨를 두 차례 초청, 강의를 듣는 것으로 시작해, 구역별로 땀과 노력의 연습과정이 이어졌다. 대회라는 경쟁을 떠나, ‘연도’의 본래 의미를 ‘함께’ 배워나가는 과정이었다. 본당 공동체는 ‘연도’가 우리 곁에 머물다간 영혼이 주님께로 가는 길을 축복하는 길임을 새삼 생각하게 됐다. 특히, ‘연도’는 선교의 일환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1등 ‘바오로상’을 차지한 고기구역 남성구역장 이병춘(아놀드)씨는 “구역 소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예전에는 ‘연도’를 어렵게만 생각했지만 ‘연도’에 참가하는 것이 복음화에 공헌하는 길 중 하나라는 생각으로 뭉쳐 자신감이 생겼다”고 소감을 전했다.
본당은 이날의 시도를 계기로 삼아 ‘연도’의 의미를 바로 세우고, 그 의미를 체득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앞으로도 ‘함께’ 드리는 기도로써 공동체의 일치와 화합의 방안을 찾아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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