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생명이 다 하는 날까지 뇌성마비장애인과 노부모를 위한 복지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습니다.”(1995년 박병윤 신부 고희연에서)
1953년 사제품을 받고 2001년 은퇴하기까지 반세기에 가까운 사제생활을 하면서 한결같이 참된 사제로 살아온 고(故) 박병윤 신부(1927~2002, 서울대교구)의 선종 10주기를 맞았다. 뇌성마비장애인의 아버지이자 한국교회의 건설부 장관으로 불린 그의 발자취를 돌아본다.
박 신부는 ‘서로 사랑하라’(요한 13,34)라는 복음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실천해왔다. 그의 그리스도교적 사랑은 ‘뇌성마비장애인’과의 만남을 통해 꽃을 피웠다. 1972년 서울 흑석동본당 주임신부 시절, 중증 뇌성마비장애인 가정을 방문하면서 환자와 가족들의 어려움을 실감했다. 이후 뇌성마비장애인 특히 중증 장애인의 양육과 간호는 교회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위한 복지시설 ‘요한의 집’(경기도 용인 소재) 건립과 ‘천주교뇌성마비장애인복지협의회’ 설립을 추진했다. 박 신부는 ‘천사’ 같은 뇌성마비장애인들이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천했다.
그의 사랑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어린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본당에 유치원을 신설하는가 하면 기존 건물을 증축, 수리했다. 1989년 서초동본당 주임신부로 재임하면서는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한 ‘석문복지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박 신부의 유지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석문복지재단’은 23년째 매달 소년소녀가장을 지원하고 있으며, 재단을 거쳐간 학생만도 370여 명에 달한다. 또한 요한의 집 운영을 맡고 있는 인보성체수녀회는 2002년 박 신부 선종 후에도 재가 뇌성마비장애인 주간 보호시설 ‘다솜의 집’, 경증 아동 공동생활가정 ‘우리집’과 ‘하선이네’ 등을 개원했다. 최근에는 장애인의 영성과 사회통합, 자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신부는 사회복지와 가톨릭노동청년회(J.O.C) 활동 지도 등 사회사목뿐 아니라 서울대교구 성당 건축에도 큰 영향을 줬다. 49년 동안 사제로 살아오면서 가회동, 홍제동, 당산동, 공항동, 양재동, 반포동, 서초동, 역삼동 등 7개의 새 성당을 신축했다. 이는 한국교회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로, 교회 내에서 ‘건설부 장관’ ‘노동부 장관’이라는 별칭을 얻기에 충분했다.
70세를 훌쩍 넘긴 고령에도 박 신부는 사목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임지였던 둔촌동본당에서도 쉬지 않았다. 건축 전문가답게 15년 된 성당 건물 곳곳을 수리하며 신자들에게 아늑하고 아름다운 성전을 선물하기 위해 힘썼다.
천주교뇌성마비장애인복지협의회는 박 신부 선종 1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추모집을 발간하는 한편 오는 14일 오후 6시 서울 서초동성당에서 추모음악회와 미사를 마련한다.
천주교뇌성마비장애인복지협의회 지도 최기복 신부는 “박병윤 신부님은 평범한 삶 안에서도 후생들에게 큰 발자취와 본보기를 남기신 비범한 큰 그릇이었다”며 “추모집과 행사가 박 신부님의 염원대로 뇌성마비장애인들의 복지와 영성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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